▲집에서 위생적으로 만든 자장면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이효연
자장면을 먹을 때마다 저는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자장면 한 그릇을 동생과 나눠먹던 내가 언제부터 자장면 한 그릇을 혼자 먹게 됐을까? 입가에 자장을 묻히고 양념을 흘려가며 먹는 것 반, 흘리는 것 반일 정도로 자장면 먹기에 서툴던 내가 언제부터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새침을 떨어가면서 자장면을 먹게 됐을까?'하는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말이죠.
자장면은 기다림과 기대가 담긴 음식이었습니다. 아마도 졸업식, 입학식, 생일을 학수고대했던 건 자장면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그래서 자장면을 먹을 땐 항상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남양주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그렇게 이사를 다닐 때마다 새 집으로 이사한 날, 마당에서 신문지를 깔고 먹었던 자장면도 그랬습니다. 페인트 냄새, 도배 풀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새로운 집에서의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그저 맛있고 즐겁기만 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그런 자장면은 막 먹어야 맛있습니다. 고급 중국음식점에서 코스 식사를 마치고 먹는 한 젓가락 분량의 자장면보다는 곱빼기로 시켜 마구 먹는 게 맛있습니다. 고급 그릇이 아닌 약간 낡은 중국집 플라스틱 배달그릇에 담겨 있어야 맛있습니다. 수입 피클이나 쫀득한 단무지가 아니라 그야말로 ‘노란물이 든 단무지’를 곁들여야 맛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 지 더... 결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집에서 온갖 고급 재료 다 넣고 아무리 정성 들여 만들어도 자장면만큼은 오토바이에 실려 철가방에 담겨 온 중국집 배달 자장면이 더 맛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미료 때문에 중국집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는 것이 꺼려진다면 춘장을 사다가 집에서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