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그림 알림판저마다 다 다른 모습과 생각으로 꾸리는 가게일 테니, 이렇게 손그림 알림판을 붙여놓아도 재미있겠지요.
최종규
화수동으로 접어듭니다. 지난날에는 모두 골목집이었으나 이제는 아파트가 우뚝우뚝 올라섰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 남아 있는 골목집을 죄다 쓸어내 없애고 아파트로만 우뚝우뚝 올려세우는 도시계획만 밀어붙일는지. 골목집 자리에 아파트를 올려세우면, 골목집 사람들이 그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 수 있을는지. 골목집에서 살 때 달마다 나가는 세금과 아파트에서 살 때 달마다 나가는 관리비는 얼마나 벌어질는지.
지난날에는 연탄집이었음을 보여주는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구멍가게 앞을 지납니다. 가게 앞 거님길에 잘게 썰어 놓은 무를 펼쳐 놓고 말립니다. 무말랭이 만드시려나 보네요.
화도진공원 앞. 화도진도서관에서 일하는 분한테 잠깐 인사를 하러 가 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하고, 화도진공원으로 들어가기로. 공원 앞에서 1000원짜리 햄빵 파는 분이 있어서 하나 사서 냠냠짭짭.
이 동네에 살던 어릴 적에도 그러했고 요즈음도 그러한데, 인천 중구와 동구 쪽에는 손바닥만한 쉼터 하나 없습니다. 동네사람이 느긋하게 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모일 만한 자투리땅 하나 없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골목길이 동네 사람들한테 쉼터일 뿐, 동사무소나 구청이나 시청 테두리에서 마련해 준 쉼터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오로지 이곳 하나, 화도진공원뿐.
그렇지만, 화도진공원은 역사가 있는 건물이라 공원으로 삼았을 뿐이지, 동네 사람들 쉼터로 마련해 놓은 공원이 아닙니다. 그래서 화도진공원으로는 ‘들어가는 문’이 곧 ‘나오는 문’입니다. 앉아서 쉴 자리도 마련해 놓지 않습니다.
그래도 젊은 넋들한테는 이 화도진공원은 그나마 있는 모임터이기 때문에,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그때, 돈 없고 시간 많고 할 일 없는 또래 동무들이 이곳에 우글우글 모이곤 했습니다. 수다도 떨고 담배도 피우고 이성친구도 만나던 자리였습니다.
곰곰이 더듬어 보니, 인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젊은 넋들은, 밤 열 시나 열한 시까지 이어지는 ‘억지’ 자율학습에서 몰래 빠져나온다고 한들 갈 곳도 없고 무언가 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차라리 학교에 박혀서 잠만 자거나 노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