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보다 못한 제헌절?

크리스마스도 쉬는데 제헌절은 휴일에서 제외

등록 2008.01.04 11:24수정 2008.01.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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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제헌절은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다는 방침이 나왔다. 한글날과 식목일이 휴일에서 제외된 데 이어 최근 들어 세 번째로 휴일이 줄게 되는 것이다. 이제 5대 국경일 중에서 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이렇게 3개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국경일이란 말 그대로 국가의 경사를 기리는 날이다. 당연히 다른 공휴일보다는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국경일은 이름만 국경일일 뿐이지 실제로는 다른 기념일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나 석가탄신일은 국경일이 아님에도 휴일로 지정되어 있고 웬만해서는 절대 법정공휴일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 두 날을 휴일에서 제외한다면 기독교계와 불교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헌절을 휴일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반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만만한 제헌절을 골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탄생한 날이고 석가탄신일은 부처가 태어난 날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한글날이 한글이 태어난 날이고 제헌절은 헌법이 탄생한 날이다. 그런데도 앞선 두 날과 달리 뒤에 두 날은 이제 더 이상 휴일이 아닌 것이다.

 

정부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휴일을 줄인다고 하지만 막상 이런 날들이 휴일에서 제외되고 나면 국경일로서의 의미도 점점 잊혀 지게 되고 말 것이다. 쉬는 날이 아닌 이상 그 날들이 국경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안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심지어 예수가 태어난 국가인 이스라엘에서도 휴일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휴일로 지정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에 있는 기독교 국가들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교가 기독교가 아님에도 크리스마스를 버젓이 휴일로 지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이 탄생한 날과 헌법이 제정된 날은 내팽겨 쳐 놓고 말이다.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은 종교와 관련 없는 사람들에겐 실상 의미가 없는 날이다. 그러나 한글날과 제헌절은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관련이 있는 날이다.

 

한글날이 휴일이 되어 다채로운 한글 관련 축제가 펼쳐지고 제헌절도 휴일에서 빠지지 않아 우리나라 최초의 헌법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바람인 것인가? 적어도 크리스마스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국경일이 놓여 있는 현실에서 안타깝게도 그렇다.

2008.01.04 11:24ⓒ 2008 OhmyNews
#제헌절 #크리스마스 #한글날 #국경일 #법정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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