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고을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그린 '화산양로연도(보물 제1202호 수록)'
전시회도록에서
날을 아껴 효도한다 함을 오늘 날 우리식으로 풀이하면 혹, 훗날에 잘살게 되면 효도하겠다는 뜻으로 오해하여 해석될 수 있겠지만, 현판에 담긴 뜻은 오늘만이 아닌 시시때때로, 하루도 빠짐없이 살펴 효도를 하고 또 하고, 더하겠다는 뜻이리라.
이현보는 애일당에서 명절이나 시시때때에 자신의 부모와 고을 어버이들을 모셔다 잔치를 베푼다. 남녀 귀천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잔치 때마다 종종 안동부사 이현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자식으로 돌아가 때때옷을 해 입고 자신의 부모와 고을 어른들 앞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재롱을 부린다.
이현보의 시호는 그래서 효절공이다. 이번 전시는 이런 이현보의 행적을 중심으로 ‘농암 종택’에서 보관 중인 유물을 모아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때때옷의 선비, 농암 이현보'다.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들은 어떤 것들일까?
16세기 전반에 그려진 것으로 역사 및 미술사 중요 자료인 이현보 초상화(보물 제872호)와 보물 제1202호에 수록된 ‘애일당구로회첩(아홉 노인들의 애일당 모임 기록)', '화산양로원도(애일당에서의 부모와 고을 노인들의 잔치를 그린 그림)' 등을 만날 수 있다.
강세황이 그린 '도산도(보물 제522호)'나 낙향하는 이현보에게 중종이 내린 관복띠(금서대, 경북 시도유형문화재 제63호)도 만날 수 있다. 애일당 현판, 어부가 목판도 만날 수 있으며 퇴계 문집 속 이현보에 대해 퇴계가 적은 글도 다수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은 목민관이요, 자연을 노래한 시조시인으로서의 선비 이전에 부모에게는 살갑고 지극한 효도를 다하였으며 체면치레와 허식과는 거리가 먼, 출세와 벼슬에 집착하지 않는 아름다운 인간 '이현보'이다.
유물들 대부분은 이현보의 이런 면면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라 눈길을 오래 붙잡는다. 그중 선생이 별세하기 1년 전에 지인에게 쓴 듯 한 편지는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