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의 도시라는 뜻의 블라와요는 여행객의 지갑에도 학살의 장소였다. 지난 달까지 20달러였다는 숙소는 외국인 가격을 적용한다며 100달러를 불렀다.
조수영
여행 21일(1월 22일). 다시 블라와요로 돌아온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수도 하라레는 짐바브웨 내의 다수파인 쇼나족의 지역이지만, 이 근방은 소수파 은데벨레족의 지역이다.
'블라와요'라는 도시 이름은 '학살의 장소'라는 뜻인데, 은데벨레족의 왕이 이 곳을 본거지로 잡으면서 다른 종족과 대대적인 전투를 했기 때문이다.
담합해서 바가지를 씌우려 하다니...그런데, 짐바브웨의 경제사정은 우리 같은 여행객의 지갑에도 '학살의 장소'였다. 20달러 정도로 알고 찾아간 숙소에서 하룻밤에 100달러를 부른다. "외국인 가격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는 게 핑계다.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아 얼른 짐을 챙겨 나왔다. 주변에 다른 숙소로 가보았지만 가격을 물을 때는 20달러였다가도 계약을 하려고 하면 어디에선가 전화가 걸려오고 그 뒤로는 100달러를 불러 제친다. 담합을 하여 남겨먹을 계획이었다.
유명관광지이지만 경제불황과 복잡한 사회 분위기로 외국인의 발길이 뚝 끊겨 어쩌다 오는 여행객들에게 한몫을 잡을 심산이었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하라레나 블라와요를 피해 짐바브웨를 지나갔다. 남아공에서 만난 미국인 여행자는 "기자도 피해가는 블라와요를 지나왔느냐"며 우리를 종군기자나 되는 듯이 생각했다.
주변이 어두워지니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렇다고 거리에서 노숙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포기하고 100달러짜리 숙소로 들어서려는데 마스빙고에서 타고 왔던 승합차 기사가 되돌아왔다. 동양인 여행자들이 방을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해서 왔다고 했다. 우리는 어느새 블라와요의 뉴스거리가 되어 있었다.
친구가 일하고 있다고 소개해 준 숙소는 30달러에 따뜻한 물도 잘나오고 깨끗하고 근사한 아침식사까지 나와서 지금까지 묵은 곳 중에 최고였다. 다만 담합에 동참하지 않은 기사와 그의 친구가 우리가 떠난 후에 동네에서 쫓겨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식당 앞에는 총을 든 경비원이 서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