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루 보행거리는 서양식 건물과 현란한 네온사인이 조화를 이루면서 찾는 관광객을 감탄시킨다.
모종혁
상하이가 야간 조명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1989년이었다. 같은 해 봄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의 시위가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었다. 상하이도 시위대의 거대한 대오가 거리에 물결 쳤다.
6월 4일 중국 수도인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는 탱크를 앞세운 인민해방군이 농성 중인 인민을 학살하는 만행이 일어났다. 상하이는 당시 장쩌민(江澤民) 시당 총서기와 주룽지(朱鎔基) 시장이 시내에 농성 중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피 하나 흘리지 않은 채 정국을 안정시켰다.
장쩌민과 주롱지가 베이징으로 영전되어 가기 전에 내린 조치가 바로 야간 조명시설 설치안이다. 황푸(黃浦)강 와이탄(外灘) 주변 건축물에 조명시설을 갖추고 난징루(南京路) 보행거리에 네온사인을 설치한 것.
장과 주가 상하이 야간 조명에 신경을 쓴 이유는 명확치 않지만, 톈안먼사건에 억눌린 베이징과 달리 상하이는 도시의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 이래 중국 개혁개방정책이 가속도를 내면서 상하이 야간 조명사업도 발전했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도심을 중심으로 쉬자후이(徐家匯)·헝산루(衡山路)·신화루(新華路)·후이하이루(淮海路)·상하이역 부근 등 약 40㎞ 구간에 조명이 설치됐다. 2000년까지는 푸둥(浦東)신구를 비롯, 부심 11개 지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사람없어도 실내등을 켜라"... 왜? 관광객 보기 좋으니까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하이 야간 조명은 철저히 시스템화·산업화 되었다. 상하이시는 여러 부서가 야간 조명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상하이 야간 조명은 '3+19'로 크게 나뉘는데, 황푸강, 남징루·후이하이루, 런민(人民)광장 등 3개의 시급 조명라인과 19개의 구급 조명라인을 두고 있다.
도시이미지환경위생관리국이 도심과 부심 20여 개의 야간 조명을 총괄하고, 녹화관리국은 주요 도로 가로등을 관리한다. 가로등 관리소는 구 단위의 가로등을 따로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관리 체계 뿐만 아니다. 2005년부터 상하이시는 LED(발광 다이오드), OLED(유기전기 발광 다이오드) 등 고효율 조명시스템을 점차 도입하고 있다. 와이탄 조명은 전자감응 고주파 방전램프(HID Lamp)로 불을 밝히고 있고, 푸둥의 명물인 460m 둥팡밍주탑은 LED 형광으로 교체했다. 상하이시는 총 길이 100㎞, 30여 개의 주요 조명라인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