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
남소연
그는 "이번 대선은 이명박씨가 아니어도 한나라당 후보라면 누구라도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 진영은 이 점을 생각하면서 성찰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호감과 인기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런 상호간 경쟁 속에서 국가가 발전하지 않겠냐"고 낙관하기도 했다.
진보운동의 위기시대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는 권력과 독립돼 있고 떨어져 있을수록, 좋고 잘된다고 본다"며 "참여정부 하에서는 핵심인물들이 정권과 가깝다고 쓸 데 없는 오해를 받았고 그래서 신뢰가 추락했으며 새로운 의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앞으로 "NGO는 권력과 정부로부터 엄정한 독립을 지키면서 자립적인 지속가능 시스템을 갖추고 끊임없는 견제와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권력에 유착된 NGO는 힘들어질 거고, 참여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단체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더불어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던 박 변호사는 "나는 정치를 엄청 많이 했다"며 "대한민국 법도 바꾸고 정책도 바꿨는데 어떤 정치를 또 하란 말인가"라고 역으로 물었다.
이어서 박 변호사는 "대통령, 그거 좋은 것 같나?"라며 "내가 보기엔 별로"라고 말하고 빙그레 웃기도 했다. 그가 인터뷰 말미에 던진 말이다.
"정치상황도 바뀌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다. 여러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은 계속 된다. 희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언제나 우리가 만드는 거라고 했다. 우리 스스로의 희망은 우리가 만들자. 이렇게 훈수두는 게 최고 좋은 직업! 하하."이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6일 저녁 9시 30분 서울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 사무실에서 열렸다. 다음은 박원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법도 바꾸고 정책도 바꾸고, 나 정치 많이 했다"- 10년간 이어진 민주개혁정권이 보수정권으로 넘어갔다. 느낌이 어떤가."해방 6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역사는 더 발전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여러 문제점은 있지만 그래도 과거의 때를 벗겨내는 정치적 민주주의, 권위주의 해체 등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수정권에 의해 생겨날 역사의 퇴행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권력은 가끔 교체되는 것이 아예 교체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사민당이 잠깐 집권했다가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는 걸 보면 끔찍하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권력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본다. 정권을 잃은 쪽에서는 굉장히 참담하겠지만 그야말로 다음 선거에서 다시 정권을 찾으려면 무진장 애를 써야 할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반대당을 찍을 정도로 국민들이 싫어하는 수준이니까.
아마 이번 대선은 이명박씨가 아니어도 한나라당 후보라면 누구라도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걸 생각하면서 정말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호감과 인기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 상호간 경쟁 속에서 국가가 발전하지 않겠냐."
- 이번 대선을 겪으면서 진보는 망했다는 비판적 성찰이 나오고 있다."그럴 정도의 치열한 성찰과 반성,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열정과 통합력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기회로 이번의 패배를 활용하지 못하면 두 번 지는 거다.
이명박 정부의 허니문 기간에는 침묵하고 예의주시하고 어떤 기대를 가질 수 있겠으나, 솔직히 따져보면 보수정권이 미래를 짊어지고 갈 충분한 준비가 돼 있나 그것도 회의적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보면 안다. 그가 대학 총장으로서 성공적인 CEO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그 역시 과거의 때가 묻어 있는 사람이다. 국민에게 충분한 호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처럼 보수정권의 장기집권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선순환구조, 서로 경쟁을 촉발하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할까 경쟁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전반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인가.
"대학이 모금을 잘해야 하고, 또 건물 많이 짓는 게 중요한 잣대가 됐다. 총장도 CEO라는 말이 있듯이 모금과 건물 짓는 것은 중요한 성취고 덕목이나 외형적으로 대학을 키우는 것만 중요한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다른 대학보다 차별성 있고, 훌륭한 한국사회의 리더를 키워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컨텐츠 중심 국가로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도 하드웨어 물신(物神)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보수정권 장기집권 가능성은 없다, 서로 경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