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없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창남씨
이민선
한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28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양천변 비산대교 밑에서 이창남(69)씨를 만났다. 만나자 마자 “춥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이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여름에 주로 착용하는 복장이다.
“춥지 않아요. 영하 15도는 돼야 살갗이 좀 따갑다는 느낌이 들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창남씨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맨살을 만져봤다. 겨울바람 탓에 차가웠지만 떨리는 느낌은 없었다. 정말로 춥지 않은 듯했다. "선거운동 할 때는 솔직히 좀 춥지 않으셨어요"라고 다시 한번 물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복장으로 대선과 함께 치러진 안양시장 재선거 당시 선거 운동원으로 활동했다.
“선거운동 할 때는 여름 날씨였어요. 하나도 춥지 않았어요. 피부가 태양열에 단련돼서 단단해 졌어요. 그래서 춥지 않아요. 선거 때 아마 사람들이 그저 추위를 참는 줄 알았을 거예요.”한겨울, 다른 선거운동원들이 털옷에 목도리를 두르고 선거운동 할 때 이창남씨는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로 춥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
한겨울에 반소매 반바지 “진짜 춥지 않다”“자전거는 언제부터 그렇게 열심히 타셨어요?”라고 물었다. 이것도 역시 궁금했던 터다. 그는 누가 봐도 자전거 마니아 모습이다.
“8년 정도 됐어요. 자전거 덕분에 새 생명을 얻었어요. 한 8년 전인가, 배가 아파서 병원 갔더니 위암이래요. 수술 받으라고 하더군요. 제 손으로 호스 빼고 중환자실에서 나왔어요. 허무하게 죽기는 싫더라구요. 저 세상 가도 깨끗하게 가자는 심정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자전거 타고 산에 오르기 시작한 거죠.”이씨는 이렇게 말하며 지금은 소주를 다섯 병 마셔도 끄떡없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하며 암도 이겨내고, 젊은이 못지 않은 건강도 얻게 됐다는 것. 이씨가 한창 열심히 운동할 때는 자전거에 자동차 타이어 두 개씩 매달고 끌고 다녔다. 체력단련을 위해서다.
이씨의 근육은 단단했다. 주사바늘이 휘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다리 근육을 손으로 눌러보니 차돌 같다. 체력도 대단하다. 45kg 물통을 등에 지고 마라톤 코스 10km를 뛰어서 완주 한 적도 있다. 체중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자전거 타기 전 이 씨 몸무게는 90kg이었지만 지금은 70kg이다. 69세라는 나이는 이씨에게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건강해지려면 사실 산에서 자전거 타야 돼요. 도시는 이미 땅과 공기, 물이 다 죽었기 때문에 기를 받을 수 없어요. 그래서 30~40대들이 암으로 쓰러지는 것입니다. 산은 공기와 땅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기를 받을 수 있어요. 당뇨 같은 질병이 있는 사람, 저하고 두 달만 다니면 병 똑 떨어트릴 수 있어요.”배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위암'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