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A가 만든 동물보호 전문잡지 <숨>의 제호입니다.
더불어 숨
새천년이 시작되던 해에 존 로빈슨이 쓴 <음식혁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더 이상 동물의 시체를 먹으며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였으며, 일주일간 첫 번째 단식을 하면서 담배를 끊고 짐승의 시신을 먹는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소, 돼지, 닭을 비롯 육식으로 인한 환경파괴 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살찌워진 오염된 시신을 먹지 않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동물을 먹지 않는 식사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많은 염려와 달리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자연의학과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높아졌고,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세계관도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내 몸에 관하여도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적게 소유하는 것, 적게 그리고 천천히 먹는 것, 천천히 살아가는 것, 때에 맞춰 배우고 가르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 조금씩 몸에 배기 시작하였습니다. 심지어 어떤 후배는 성격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주변 사람들 중 제가 하는 단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제가 읽고 공부하는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함께 책도 읽고, 단식도 해보고, 자연과 교감하는 활동에도 함께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세상에 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는 것을 여러 곳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귀농운동 하시는 분들, 녹색평론을 함께 읽는 분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만난 분들 중에도 '실용'적이지 않은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동물보호 전문잡지 <숨>최근에 나온 <숨>이라는 잡지를 통해서 또 '실용'을 거부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동물보호 전문잡지라고 소개받았기 때문에 '동물보호'에 관한 이야기 정도라고 생각하였으나 막상 책을 읽어보고는 '내공'이 그보다 훨씬 높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숨>은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KARA에서 만들었습니다. 환경론자나 생태주의자들에게도 외면당할 정도로 동물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인권'의 개념을 넘어 '생명권'으로 확장하려는 기치를 들고 만들어진 잡지라고 합니다.
마크 롤랜즈는 <동물의 역습>에서 "전 세계를 뒤흔든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파동은 동물을 상품으로 취급한 결과 일어난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였답니다. 인간의 동물착취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맞물려 있고, 오염된 먹을거리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단순히 동물의 권리문제를 '동물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명권'으로 나아가 '자연권'으로 인식의 확장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숨> 창간호에는 '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라는 제목의 창간특집 안에서, '인간중심주의에 갇힌 생명과 생태개념'(편집부), ‘생명이란 무엇인가’(우희종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각 영역에서 사람들이 동물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실려 있습니다.
"피조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항상 볼 수 있듯이 모든 인간은 나치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인간 종이 아닌 다른 종들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만함이 '인종주의'와 '힘'이 곧 정의라고 생각되는 원칙들을 대변한다." (본문 중에서)'FTA와 동물보호'라는 주제의 기획기사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두 꼭지의 기획 기사 중에서 한 꼭지는 한미FTA저지교수학술공대위 일원으로 미국의 축산 농장을 다녀온 서해성 한신대 교수와의 인터뷰입니다.
그동안 <잘 먹고 잘사는 법>을 비롯한 여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제레미 레프킨의 <육식의 종말>,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과 같은 책에서 고발하고 있는 '공장식 사육장'에 비하여 훨씬 더 처참한 미국 '축산공장'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위생이란 건 없다. 우사조차 없다. 그렇다고 방목도 아니다. 소 8만 5천 마리가 한꺼번에 있는데, 철조망으로 구획된 곳에 빽빽하게 갇혀 있었다. 배설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소들이 달리 피할 곳이 없다. 그런 현장을 보고도 맘 편히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미국의 공장식 축산업 목장의 위생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한 서해성 교수의 답입니다. 사료와 배설물 처리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료가 20미터 정도 쌓여 있는데, 불도저가 와서 하루 한 번 정도 사료 더미를 이리 저리로 밀어서 옮겨 놓는다. 물은 수로를 따라 흐르게 되어 있다. (배설물은) 처리를 안 한다. 그냥 산처럼 쌓여 있고 소가 거기서 산다. 그러니 냄새가 얼마나 나겠는가?" (본문 중에서)육질이 좋은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꼼짝할 수 없는 우리에 갇혀서 지낸다는 이야기, 배설물로 뒤덮인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엄청난 지구상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만한 엄청난 양의 콩과 옥수수가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들었지만 우사도 없는 철조망 우리에서 한꺼번에 8만 5천 마리를 사육한다는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미국 공장식 축산업 실태 고발이런 공장식 축산 목장은 자동차로 세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사막 한가운데 있다고 합니다. '들어오면 발포함'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광막한 사막 위에 커다란 철조망 속에 8만 5천 마리의 소와 언덕처럼 쌓인 사료 그리고 산더미 소의 배설물이 한 곳에 있다고 합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분들은 <숨>에 실린 서해성 교수가 찍어온 사진을 보시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해성 교수 인터뷰에는 한 시간에 400마리, 10초당 한 마리꼴로 처리하는 미국 도축장의 잔인하고 비위생적인 문제, 사료에 포함되는 합성항균제와 성장호르몬 문제, 그리고 도축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사용하는 사료와 비료로 인한 문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미국의 공장식 축산 실태를 '아우슈비츠'와 다름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