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큰사진보기 ▲까치집까치집은 지붕없는 집이다.정철용 ▲ 까치집 까치집은 지붕없는 집이다. ⓒ 정철용 까치집 지붕 없는 집이다해와 구름과 별과 달이하늘을 가다가 지치면잠시 쉬었다 가는 집이다따스한 봄이면동그란 알이 몇 개햇볕에 익어가는 집이다가끔씩 소나기가 내려갓 태어난 어린것들의목마름을 적셔주는 집이다여름으로 접어들면서집은 보이지 않고빽빽한 나뭇잎 사이에서소리만 흘러나오는 집이다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그리운 편지가 온다고이른 아침부터식구들의 잠을 깨우는 집이다기다리던 손님과 편지 대신사납고 심술궂은 태풍이 몰려와가로수들 여럿 넘어뜨렸어도끄떡없이 버티는 집이다퍼붓는 장맛비에도 넘치지 않고지붕까지 차오른 홍수에도 떠내려가지 않고짙푸른 가을 하늘에 남겨놓은 까치밥처럼나무 꼭대기 우듬지 근처에끝까지 매달려 있는 집이다가랑잎들도 다 떨어진 초겨울겨울잠 잘 자라고자장가를 불러주다가먼저 잠이 들어 고요해진 집이다잠이 든 사이에대륙을 건너가던북서계절풍이 잠시 머물기도 하고한밤중에 내려 쌓인 눈이모처럼 환한 겨울 햇살에 속아봄까지 기다리지 못한 채뛰어내리기도 하는 집이다그렇게 모두 떠나고이제는 아무도 없는 빈 집이다그 밑에서 서성거리며가끔씩 고개 들어위를 올려다보던 사내가시린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떠나간 모든 이들을 대신해서깊이 잠들어 있는 집이다머지 않아사내의 오랜 잠 속에떠나간 꿈들을 다시 불러들여함께 깨어날 집이다이별 없는 집이다 <시작 노트> 기다리던 소식은 끝내 오지 않고애꿎은 까치집만 들락날락거리는 세밑의 오후, 까치 대신 검은지빠귀 한 마리가 마당에 내려 앉아서 제 그림자를 쪼고 있다. 쪼아낸 그 자리에 싹이 돋아 꽃 피어나리. 덧붙이는 글 | 올해도 신춘문예에 응모를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또 미끄러진 모양입니다. 저 말고도 그런 분들 많겠지만 그 동안 지내왔던 까치집, 지붕 없는 집이라고 빈집으로 남겨두지 마시기를. 부화하지 못한 시의 알들 버려두고 까치집 떠나지 마시기를. 2007.12.26 12:1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올해도 신춘문예에 응모를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또 미끄러진 모양입니다. 저 말고도 그런 분들 많겠지만 그 동안 지내왔던 까치집, 지붕 없는 집이라고 빈집으로 남겨두지 마시기를. 부화하지 못한 시의 알들 버려두고 까치집 떠나지 마시기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까치집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정철용 (ccypoet)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내 안의 어두운 추억들과 마주하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지붕없는 집, 까치집에 누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요즘 MZ가 혼술로 위스키 즐기는 이유, 알았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