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명에게 받은 거액 촌지가 진짜 '마지막 촌지'"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 김주완,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펴내

등록 2007.12.26 11:19수정 2007.12.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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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 ⓒ 경남도민일보

"칼이다 아이가. 주완이는 알았다 하면 무조건 써 버린다 아이가. 그래서 주완이한테는 함부로 말하지 마라는 말도 하더라고. 그런데 기자는 그래야 하는 거 아이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다보면 아무 것도 못 쓰는 거지."

 

기자 김주완에 대해 몇 해 전 창원의 한 시민단체 대표가 한 말이다. 지금은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으로 있지만, 그가 경남도청 등에 출입할 때 연이어 '특종'을 생산해 내는 것을 보고 나온 하나의 반응이기도 했다.

 

서울도 그렇겠지만 지역은 더 그렇다. 지역은 학·지·혈연을 더 많이 따진다. 기자가 정치인이나 공무원, 기업주 등의 잘못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온갖 연줄을 갖다 대며 보도를 막으려 든다. 그래서 인연(?)을 끊고 보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자 김주완은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나마 괜찮았던 <경남매일>(현 김해 소재 <경남매일>과 다른 신문)이 문을 닫고 1999년 <경남도민일보>가 창간할 때 그는 앞장섰다. 일부에서 "<한겨레>는 몰라도 경남에서 시민주로 된 일간지가 되겠냐"며 의문을 제시할 때였다.

 

당시 그를 만났더니 '도민일보 창간기금 카드'를 내밀면서 아는 후배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 후배는 얼마를 냈다면서 그 후배의 선배니까 그 후배보다는 더 많이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서 그는 도민주주로 만들어진 지역 일간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꼼짝할 수 없었다. 그 후배보다 조금 더 낼 수밖에 없었다.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결같이 비슷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웃었다. 열심히 신문을 만드는 그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자 김주완이 받은 촌지는?

 

그런 그가 책을 냈다. 제목이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커뮤니케이션북스 간)다. 내용은 둘째 치고, 우선 제목에 '대한민국 지역신문'이란 말을 붙여 놓았다. 왜 그랬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인과 단체장, 시민단체 등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해 놓았다. 그들 중에는 현역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그의 자신감으로 비춰진다.

 

그는 “나는 우리 신문이 하는 데까지 해본 후, 도저히 희망이 없으면 장렬한 전사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전사하지 않고 있는 그를 보면 우리 신문은 희망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직 우리가 해봐야 할 실험의 3분의 1도 해보지 않았다고 본다. …사실 언론 중에서도 신문, 그 중에서도 지역신문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 성과나 저술은 턱없이 적다.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공유의 필요성도 책을 내겠다는 만용을 부린 이유 중 하나다."

 

'칼'인 김주완도 촌지 비슷한 것을 받은 적이 있는 모양이다. 1992년 <경남매일>에 막 입사해 수습기자 교육을 받을 때, 편집국 선배가 지갑을 꺼내 보라면서 만원짜리 몇 장을 넣어준 것이다.

 

"또 다른 한 선배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기자생활하려면 '스폰서'를 만들어라’며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말하자면 학교나 고향 선배 중에 출세한 정치인이나 기업가를 한 두명 골라 정기적으로 용돈을 얻어 쓸 수 있는 후원자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타락해 갔다. … 내 타락의 절정은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 취재팀에 있을 때였다. '기자실을 통해 나오는 촌지 외에는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깬 것이다. 심지어 나는 1970년대 운동권 출신의 한 순진한 야당 후보에게 '촌지를 돌려야 기자들이 신경을 쓴다'는 조언을 해주기까지 했다."

 

기자 김주완은 반성했다. "그건 그야말로 자기합리화요 변명일 뿐"이라고 한 그는 "내가 조언했던 그 후보는 낙선했고, 그를 볼 때마다 그 때의 일이 생각나 부끄럽고 죄스럽다"고 술회했다.

 

그는 <경남도민일보> 창간 당시 '거액의 촌지'를 받았다고 한다. 도민 6000여명이 신문 창간에 참여한 것이다. 그때 그는 "절대 촌지를 안 받는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촌지와 관련한 경험을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나온 촌지" "생크림 케이크 교환권" "내가 받은 추석 선물" "관공서의 안전빵" "촌지 받는 사람의 방어기제" "기자협회의 촌지 불감증" "순수한(?) 촌지" "3만원도 뇌물!" "불가원 불가근" "기자가 빠지기 쉬운 범죄" "사이비 기자 감별법" 등의 제목으로 정리해 놓았다.

 

기자 김주완은 기자실을 어떻게 보나?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이 펴낸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책 표지.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이 펴낸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책 표지.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이 펴낸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책 표지.
기자 김주완은 기자실을 어떻게 볼까? 요즘은 '기자실'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좀 더 열린 공간이라는 차원으로 '프레스센터' 내지 '브리핑룸' 등으로 불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자실은 언제부터 생겼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보도에 대한 정부의 억압에 기자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면서 "기자실이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기여한 측면도 부인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런 기자실에 대해 김주완은 걱정이다. “기자실을 통한 촌지가 기자들 간의 ‘담합’에 따른 집단적인 축소와 왜곡보도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누군가 다녀간 날이면 나와야 할 기사가 나오지 않거나 축소됐고, 별 가치 없는 홍보 기사가 뻥튀기 돼 나오기도 했다.”

 

"개방형 기자실의 순기능" "독점 깨진 서울 기자실" "침묵하는 기자의 이중성" "경남 공무원이 기자실 폐쇄한 이유" "기자실 폐쇄 운동의 귀착점" "기자실 논란의 해법" "지역사회를 바꾼 기자실 개방" 등의 제목으로 된 글에는 기자실과 관련한 김주완의 견해가 담겨 있다.

 

"경남의 기자실 개혁은 아직 완료된 상황이 아니다. 경남도청의 경우 프레스센터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기자들의 지정석이 있다. 그러나 이미 큰 물줄기가 잡힌 상황에서 계속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다. 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다."

 

"기자실 개방은 기자들뿐 아니라 시민단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기자회견 때마다 시민단체를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일방통행에서 쌍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기자실 개방이 지역사회를 바꾸고 있다."

 

"연고와 인맥이라는 괴물"을 허물기 위해서는?

 

기자 김주완은 "연고와 인맥이라는 괴물"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2002년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순수한 친목단체'인 경남도민회가 '정치에 휘둘렸던 상황'을 설명한 그는 "연고주의에 의해 뭉친 조직은 연고를 이용해 뭔가 덕을 보려는 권력지향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친 김에 한 마디 더하자. 언론에는 동창회나 향우회 소식이 매일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언론인들이 참석하는 각 대학의 '언론동문회' 소식은 사진까지 빠지지 않는다. 새해에는 이것부터 확 없애버리면 어떨까."

 

지난해와 올해 경남을 달구었던 '부산신항 명칭'과 '마산 준혁신도시'에 관한 지역 언론의 보도도 "눈치보기의 전형"이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2002년 3월 16일 <오마이뉴스>에서 "이회창 총재, 경남지역 언론인들과 폭탄주"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를 소개한 김주완은 "과거와 달리 공무원직장협의회나 언론 관련 시민단체, <오마이뉴스>와 같은 대안 언론의 역할이 커지면서 '기자들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모르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완은 "언론과 시민단체에 드리는 제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공천과정에서 구태를 답습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연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해당 후보는 물론 공천권을 휘두른 국회의원이나 지역당 책임자를 직접 타격하는 투쟁도 벌이자. 이래야 한국정치가 살고 대한민국이 산다. 대한민국의 줄기세포 신화가 '말짱 황'이 된 것도 어쩌면 멍청한 정치인들 때문일 수 있다."

2007.12.26 11:19ⓒ 2007 OhmyNews
#김주완 #지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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