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좌측에서 세 번째가 맏형이고 그 옆 사람이 맏형의 아내이자, 이날 전시회를 연 작가 장준영 씨이다.
조호진
안양이 고향인 아내는 석수시장 변두리를 고집하는 동기 박찬응(전국 12인의 큐레이터로 선정됐음을 아내는 강조한다) '
스톤앤워터' 관장을 소중하게 여긴다. 안양천 프로젝트 운영위원장 등 공공예술의 가능성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석수시장 상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면서 생활 속의 예술을 접목시키려 애쓴다.
예술가는 언제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항의하고 싶어진다.
돈 잘 버는 것을 최고의 예술로 여기는 영혼이 빈곤한 시대이다. "아니다, 그 정도는 이미 벗어났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하는 것을 자랑스레 여기는 천박한 자본의 시대"라고 꾸짖는 홍세화 선생의 말씀이 가슴을 울린다. 예술가들이 천박한 자본에 희롱 당하고, 무시당하는 가당찮음에 대해 제대로 규탄하지 않는 시대인들이 섭섭하고 야속하다.
천박한 자본의 대로보다 예술가의 변두리를 고집하며 조촐한 작가의 길을 걷는 동기들을 아내는 사랑한다. 가난했지만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버티게 했던 그 인정의 시절 때문에 누군가 전시회를 열면 동기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축하하고 격려한다. 서로 외롭지 않도록 감싸는 것이다.
세종대학교 79학번. 누구는 교수가 됐고, 누구는 강사로 출강하고, 누구는 미술학원 운영으로 삶이 바쁘고…. 동기 중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경우도 여럿 있다고 했다. 인생은 쓸쓸하고 외롭지만, 그 절망의 회색을 채색하는 예술가로 인해 꿈이 천연색으로 아름다운지 모른다고 아내는 말한다.
아내 동기 전시회의 그 은은한 향기에 취해 귀가하던 길, 천박한 경제 제일주의에 한 표를 던져선 안 된다고 거듭 생각했다. 삶은 그렇게 부수고, 쌓으면서 미쳐가선 안된다고 항변하는 예술가의 길에 한 표를 던지기로 더욱 다졌다. 개표가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