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계단을 쓰고 있는 두 집. 계단 뿐만 아니라, 대문 지붕까지 함께 쓰고 있다.
김대홍
담이나 창문은 간단한 안내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집 담엔 전 세입자 연락처를 적어놓았다. 우편물이 계속 오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적어 놓았다.
어느 가게 앞엔 월셋방 보증금과 월세를 적어놓았다. 그 밑엔 '외상사절'이란 글자도 적혀 있다.
또 다른 집 담벼락엔 '예수를 꼭 믿으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어느 벽엔 '우리 교회로 오라'는 큰 펼침막이 붙어 있다.
또 다른 벽엔 '○○ ♥ ○○' '○○○ ♥ ○○○ 400일'이라는 큰 스프레이 글씨가 쓰여 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사랑 구호다. 지나가는 길손에게야 재미있겠지만, 집주인은 불쾌할 것 같다.
창신3동 골목을 다니면서 명패가 참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 집은 나무로 만들었고, 어느 집은 돌로 만들었다. 손으로 직접 쓴 것도 있고, 새긴 것도 있다. 몇십 년 전엔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모두 똑같다. 한 회사가 만든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사니, 명패는 크기나 재질이 똑같을 수밖에 없다. 점점 비슷비슷해지는 사회, 비슷비슷해야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제각각인 골목동네는 환영받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나라 제봉 역사 시작한 곳, 지금은 사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