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준
현재 사랑방에서는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의 중간 형태로써 '안채 과정'이, 누구나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강좌로 '사랑채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채 과정은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목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준 학교다. 화요일에는 글쓰기·인문학 수업을 하고, 목요일에는 '뿌리와 홀씨'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월목학교'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학기 동안 진행되는 작은 학교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뿌리와 홀씨'에서는 공간 디자인, 청소년 잡지 만들기, 애니메이션 제작 등 복합적인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기 관심사를 구체화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안채 프로젝트를 제외한 프로젝트와 소모임을 모두 사랑채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나이제한이 없어 학생들과 어른들이 함께 참여하며 목공 모임, 치유적 글쓰기·그림그리기 모임, 영화 모임, 문화 이야기 모임, 영어 커뮤니티 모임 등을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모임을 개설하고, 강사를 맡는 것도 학생들, 민들레를 드나드는 어른들이 될 수 있다.
위에 나온 안채 과정과 사랑채 과정, 프로젝트와 소모임 등이 모두 학생의 선택이다 보니 누구는 매일 꼬박꼬박 나오지만 또 누구는 1주일에 한 번 나오고 또 어떤 친구는 한 학기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신청한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한다면 사랑방에서는 이런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렇게 독특한 공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사랑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이아무개군은 사랑방을 노인정이라고 소개한다. 특별한 일 없이도 찾아 올 수 있는 공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학생들은 또래를 만나는 곳,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곳 등으로 사랑방을 표현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성인이 되었음에도 종종 민들레 사랑방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밥상을 나누는 사람, 외부에 나가 일을 하면서도 주기적으로 들러 소모임에 참여하는 사람 등 사랑방을 드나드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사랑방의 독특한 커뮤니티를 보며 나는 가족을 떠올렸다. 다양한 세대가 모여 서로를 챙기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이, 언제든 찾아 갈 수 있는 공간이, 같은 미래는 아니지만 함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이 내게 '가족'의 개념으로 이해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딱히 가족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공간 민들레에서 하고 있는 일이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 작업 동료, 멘토의 역할까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크고 작은 모임만 30여개. 민들레 식구들이 이렇듯 많은 모임을 꾸리고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대안을 꿈꾸며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는 그들이 새로운 마을을 일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나는 그들의 커뮤니티를, 사랑방을 대신 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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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삶 꿈꾸는 이들의 아지트, '공간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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