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중 학생
김혜준
금강산
"학생회에서 결정한 사안이 학교 운영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 궁금하다. 또 함께 결정하는 자리가 있는지."
장대환 "학생들이 하는 것은 학생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초기 교사들의 생각이었다. 자치라는 이름이니만큼 학생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난, 음주, 흡연 등 학교에 꽤나 큰 문제들이 발생했고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이러지 말자고 학교 뒷산에 올라갔다 오는 등 학교 전체의 각성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이들 스스로 자생력을 발휘하여 나아지리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들이 나섰는데 곧 학생회 내부에서 '학생회 일에 교사들이 너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사법부가 생겼다. 학생들이 법정을 만들어서 우리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거였다."
금강산 "정말 법정처럼 판결을 내리나?"
장대환 "그렇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이런 게 있다고 해서 따왔다. 법조계에 관심 있는 선배를 주축으로 학생들이 문제가 일어났을 때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들과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실행에서는 법정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같은 학생인데 내가 왜 너에게 옳고 그름을 선고받고 처벌(봉사활동)을 받아야 하냐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사법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회의 자리에서 가끔 말다툼이 오가기도 했다. 이런 문제(흡연, 절도)는 학생회에서 맡기가 버거운 측면이 있었다. 술 먹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고 말을 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해결이 나지 않았다. 결국 교사회 내에서 학생생활협의회라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생활협의회는 기존 학교의 선도부를 이우학교 구조에 맞추어 만든 것이다. 교사회에서 이런 일들을 맡기로 합의를 하고 나니 학생회에서는 좀 더 학생들 간의 소통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금강산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음주, 흡연, 폭력 등 학교에서 발생하는 큰 문제들은 공론화 시키고 학교 구성원 전체가 모여 토론을 벌인다. 하자뿐 아니라 어떤 대안학교들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공청회나 학생들의 토론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잘 진행되는 편인데, 이우에서는 어떤 이유로 힘들었는지 궁금하다."
장대환 "이우학교에서도 초반에는 학년 총회를 통해 해결했다. 그러나 문제가 뭔지는 알겠는데,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 이런 경우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판결을 내 보자고 만든 것이 사법부였고, 사법부에서 하기로 했던 것은 결국 학생생활협의회가 맡게 되었다. 학생생활협의회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학생회장은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생들이 이야기를 풀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분명 있는 것 같다."
금강산 "우리 학교는 흡연, 음주를 금지하지 않고 있고 학교 구성원이 이우학교처럼 많지 않아 함께 모여 토론을 하기가 더 쉬웠을 것 같다. 게다가 전체회의에는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해 방향잡기나 제안에 도움을 주신다. 학생들끼리의 토론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학생회 운영, 이래서 어렵다!금강산 "학생회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을 한 번 꼽아보면?"
장대환 "처음에 학생회를 조직하는 것이 힘들었다. 3월이 당장 개학인데 2월에도 학생회가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이 애, 저 애 만나면서 설득하러 다녀야 했다. 심지어 방학 때 반 친구들을 모두 모아 학생회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한 적도 있다. 2월 말 정도에 학생회를 꾸렸다. 내세운 정책을 수행하는 것과 학생회 내부를 운영하는 것,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것도 힘들었다."
금강산 "교사,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움은 없었나?"
장대환 "학생회는 워낙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와줄 수는 있어도 외부적인 영향이 직접적으로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아쉬움을 굳이 꼽아 보라면, 학생회는 교사회에 비해 회의비를 비롯한 활동비를 확보하기 어렵다. 또, 교사대표자회의,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설령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게 잘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학생회에서 이러한 권리를 학생회에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상 그것이 매우 어렵다. 교사회에서 더욱 동료의식을 갖고 학생회를 바라본다면 그동안 있었던 교사회-학생회 간의 잡음이 어느 정도는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