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송기호 교수
김종성
이처럼 계승의식을 기준으로 고구려사의 귀속문제를 판단하는 송 교수의 책에 대해 임지현 교수가 9월 14일자 <경향신문>을 통해 비판을 퍼부었다.
“(송기호 교수의) 돋보이는 해박한 지식과 학문적 정직성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역사분쟁의 인식체계라 할 수 있는 민족주의의 현상학에 대한 비판에까지 이르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저자가 ‘민족과 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같은 기사에서, 임지현 교수는 송 교수가 민족을 해체하지 않는 것을 두고 “동아시아 차원에서 국사의 동시 해체를 이상론으로 차치하고 국민국가의 현실 속으로 되돌아간다면, 역사는 다시 현실을 정당화하는 순응주의의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비판을 덧붙였다. 고구려사를 한국사에 편입시키는 송기호 교수의 태도는 현실을 정당화하는 순응주의적 태도라고 비판한 것이다.
12월 17일의 저작비평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어느 학자가 임지현 교수의 기고문을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견해를 묻자, 송기호 교수는 “한국사에서 고구려사를 제외하자고 하는 이면에는 신라 정통사관이 존재한다”라고 한 뒤에 “이는 신라를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민족주의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임지현·이종욱 교수를 비판했다.
그리고 그는 “고구려사는 한국사도 중국사도 아닌 제3의 요동사”라는 서강대 김한규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요동의 범위에 대한 김한규 교수의 주장은 일관성이 없다”면서 “요동이라는 독립된 공동체에 집착하는 것 역시 일종의 민족주의적 태도”라며 비판을 가했다.
송 교수의 주장은, 고구려사를 한국사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신라 중심으로 한국사를 쓰는 것이고, 고구려사를 요동사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요동이라는 또 다른 공동체를 상정하는 것이므로 양쪽 다 또 다른 형태의 민족주의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한국사에서 고구려를 배제하면 신라를 ‘주어’로 하는 한국사를 쓸 수밖에 없고, 고구려사를 요동사에 편입시키면 요동을 ‘주어’로 하는 한국사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는 결국 신라나 요동을 주어로 하는 또 다른 민족주의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송기호 교수는 한국이 동해 표기문제 등과 관련하여 자국에게 불리한 일부 사실들을 숨기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민족주의에 지나치게 치우쳐서 자국에게 유리한 기준만 내세우는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 뒤에, “하지만, 민족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민족을 해체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하는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열린 민족주의’로 민족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해야지 학문적으로 민족 그 자체를 해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지론을 강조했다. 통합된 유로체제 하의 유럽에서도 이민자 차별이 문제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단계의 인류는 민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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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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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송기호 교수 "고구려사 배제는 신라 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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