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공동체 마을 만들기와 대안교육 현장에서 찾은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집
또 하나의 문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가 된 현대사회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은 유년의 기억을 거의 지니지 못한다. 유년의 기억 창고가 될 가정·학교·마을 등 공동체적 기반이 근대화라는 괴물에게 허물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삭막한 도시에서 태어나자마자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대인들에게 따스한 유년의 기억이나 자연과의 교감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규격화된 사회, 규격화된 교육을 받고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야하는 현대인들은 기계처럼 규격화된 삶을 타성적으로 살아간다. 규격에 맞지 않으면 불량품 취급을 하기에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은 던져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어 억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재단하여 생존하는 것이다.
괴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에 맞춰 자기를 잘라내 개인의 생각과 개성이 죽어버린 현대사회는 정신적으로 이미 죽은 사회다.
우리는 지금 가만히 멈추어 서서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혼자 있을 시간이
타인과 관계 맺을 시간이
창조적인 일을 할 시간이
즐거움을 주체적으로 즐길 시간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그저 감각을 움직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구상하고
기획할 시간이 필요하다
- 폴 라파르그이 글은 백년 전에 한 통찰력 있는 지구인인 폴 라파르그가 남긴 당부의 말이라고 한다. 이미 백년 전, 그는 달리는 시간 위에서 자기 의지대로 멈추지 못하고 태엽 감긴 자동인형처럼 살아가야 할 현대인의 비극을 감지한 것일까?
여기저기서 정신이 허물어지는 신음소리와 생의 위험을 호소하는 소리가 높아지자 "나는 자동인형이 아니에요. 내 아이도 더 이상 자동인형으로 키울 수는 없어요"라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육아공동체·대안학교·공동먹을거리 생산과 분배 등 전통적인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두레정신의 미덕을 되살리며 기성품이 되기를 거부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위험사회에서 살아남을 비법은 똑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방식이라는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새마을 운동과 근대화라는 괴물이 황폐화시킨 전 국토와 인간의 마음을 되살리는 방법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본 아름다운 공동체 마을 라다크와 전통 농촌 사회의 모습일지 모른다. 도시 삶에 지친 이들은 한 번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여 사는 전원에서의 한가로움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삭막한 도시에 사는 현대인치고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삶이나 스페인 ‘몬드라곤 공동체’ 혹은 윤구병 선생의 ‘변산 공동체’ 같은 마을을 마음에 그려보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을까?
꿈을 지닌 '탈선'한 어른들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