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내 들꽃마을(학교) 사무실 출입구에 걸려 있는 곶감. 직원들이 오다가다 따 먹는 간식이다
이정환
그리고 마을지도를 나눠줘요. 어느 할머니 댁에 가면 옥수수를 쪄 주실 거다. 찾아가라. 그럼 지도를 보고 찾아가요. 논두렁 밭두렁을 걸어가요. 동네 골목에서 어르신과 마주치면, 할머니 댁 어디냐고 물어봐요. 다 체험입니다. 그래서 할머니 집에 가요. 우리 손주들이 왔는데, 옥수수만 주시겠어요? 옛날 얘기도 해주시고, 봉숭아 물도 들여줘요.
할머니 집에서 나오면, 경운기가 기다리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짠'하고 나타나서 냇가에 물고기 잡으러 가자고 해요. 경운기에는 투망 등 물고기 잡는 도구가 실려 있어요. 물놀이하면서 고기도 잡아요. '이건 쏘가리고, 이건 피라미'라는 할아버지 설명도 들어요. 생태하천 체험 아니겠어요?
그동안 부모님들은 쉬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숙소(학교)로 돌아와서 자기가 딴 옥수수를 부모님께 드리는 증정식을 해요. '아버지 어머니 덕분에 재미있는 체험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는 의미로. 우리 마을에서 하는 체험들, 다른 곳에서도 대부분 하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따로따로라는 것, 특색 있는 프로그램화가 중요하다는 거죠."
미꾸라지 효과. 친환경 농사로 체험 소득도 노린다- 참 치밀한 것 같습니다."한 마지기(약 660㎡·200평) 1년 농사로 얼마나 버는 것 같아요? 20만원 정도예요. 그런데 여기 농약을 치지 않는다고 해봅시다. 그럼 미꾸라지가 살아요. 미꾸라지 잡기 체험할 수 있어요. 체험 한 번 하는데 5천원 씩만 받아도 20만원보다 더 벌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모든 논이 이렇게 돼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만, 이런 생각, 어르신들이 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누가 해야 하느냐. 한 살이라도 더 젊은 사람들의 몫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마을에 힘이 생깁니다."
농사만으로도 바쁜 어르신들이다. 게다가 혼자 살던 분이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가구 하나가 없어지고 집은 텅 비게 된다. 박 총무가 젊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을에 정착하거나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유다. 역시 치밀한 과정을 밟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냥 귀촌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저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일종의 적응, 검증 단계를 거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체험마을 사무장으로, 아내는 쇼핑몰 관리 책임자로 채용합니다. 그리고 3년 있다가 본인들이 원하면 아내는 계속 여기서 일하고, 사무장은 마을로 들어가 농사를 짓게 됩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체험사업 하나를 맡겨 수입을 가지도록 합니다. 그럼 일자리가 하나 생겨 좋고, 마을 입장에서는 체험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니까 좋고."
이와 같은 '순환'은 이미 한 번 이뤄진 상태다. 음대를 졸업한 구 사무장 하영택 씨는 이제 학교가 아닌 마을에서 일하고 있고, 후임으로 윤동성 씨가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 씨는 미대를 졸업했다. "그림 그려 탑 쌓기 체험에 딱 아니냐. 볼거리가 자꾸자꾸 늘어나는 셈"이라며 웃는 박 총무에게 '앞으로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