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공휴족'!

"방학이라고 쉬는 사람이 어딨나요?"

등록 2007.12.17 14:03수정 2007.12.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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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과외를 구하려는 대학생들이 많아서 과외 자리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과외를 구하려는 대학생들이 많아서 과외 자리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 김미진


12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대부분의 캠퍼스에는 방학이 찾아왔다. 그러나 정작 대학생들은 방학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각종 아르바이트에서 개인 공부까지 대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 방학이라 해도 말 그대로 여유를 즐길 시간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쉬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공휴족'(恐休族)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만으로도 요즘 상황은 짐작할 만하다. 07학번으로 입학한 ㅇ씨(19)는 이번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학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서빙·과외…, 아르바이트의 굴레

대학생들이 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미 대학생 1인당 일 년에 천만원 혹은 그 이상의 학비 및 용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방학내내 열심히 뛰어다녀도 정작 벌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시급 3500~4000원 정도 하기 때문에  두달 남짓 주어지는 방학내내 열심히 일해도 한 학기 등록금의 반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ㅇ씨(19)는 방학 때 조금이나마 돈을 더 벌어둬야 다음 학기에 부모님께 보탬이 될 수 있을 텐데 시급이 높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고민 많은 학생들에게 '과외'는 고소득 아르바이트 중에 하나다. 한 번에 두시간, 일주일에 2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한 달에 30~50만원을 받기 때문에 적은 시간을 투자해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만만치는 않다. 대부분 과외를 원하는 학생들은 소위 명문대생만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새는 과외를 구하려는 대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명문대 학생이라도 과외 자리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ㄱ(20)씨는 과외 자리를 구해보려고 전단도 붙이고 과외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도 가입했지만 쉽게 구해지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첫달 과외비의 50~60%를 수수료로 줘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고 과외 연결업체에 등록까지 했었지만 그래도 과외 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어·중국어·일어·한문…, 자기개발의 굴레


대학생들이 쉬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학기가 끝나도 계속 이어지는 공부의 부담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입학을 목표로 방학도 없이 공부에 매진했었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서도 자기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중국어·일어·한문자격증 학원까지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대학 졸업 후에 취업을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현실에서, 최고의 자격을 갖추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생들은  더욱 더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취업에 유리한 경력을 남기기 위해서 교환학생을 준비중이라는 ㅂ(20)씨는 방학동안 토플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같은 자기 개발의 부담은 1, 2학년과 같은 저학년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졸업을 목전에 둔 고학년들에는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제 졸업 전까지 일 년만을 남겨두었다는 ㄱ(22)씨는 졸업 후에 취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방학 동안 돈을 좀 많이 들여서라도 한문 자격증과 토익점수를 목표치까지 올리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과하게 치솟는 등록금과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는 취업난. 이 두 가지 악재 때문에 대학생들은 방학이어도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다. 학기 중에 학교 수업으로 미뤄두었던 각종 계획을 실천하느라 방학이 오히려 학기중보다 더 바쁘다는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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