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았던 대선방송이 '편파'라고?

좋은 평가 받은 < PD수첩 > <시사기획 쌈>을 정략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등록 2007.12.15 15:46수정 2007.12.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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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12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재심 회의에서 주의조치를 '철회'했다. 우리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주의 철회라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준 것을 환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계적 균형만을 쫓지 말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선거보도가 되었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실질적 공정성’을 적용한 심의가 이어지기 바란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12월 17일 월요일 열리는 10차 회의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날은 지난 회의에서 '주의' 조치를 결정한 KBS <시사기획 쌈> 11월 19일 ‘이미지선거, 유권자를 유혹하다’편(이하 <시사기획 쌈 ‘이미지 선거’편>에 대한 제작진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또 지난 회의 당시 다루지 못한 KBS <시사기획 쌈> 12월 3일 ‘대선후보를 말한다―무신불립’편(이하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MBC <PD수첩> 11월 27일 ‘이명박 BBK 명함의 진실은?’ 편(이하 <PD수첩 ‘BBK 명함’>), MBC <PD수첩> 12월 4일 ‘BBK 진실은?’편(이하 <PD수첩 ‘BBK’>) 등을 비롯해 10여건의 심의가 이날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편파방송이라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접수시킨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BBK 사건’을 다룬 것이다. ‘편파’라는 주장도 소위 기계적 균형 기준에 따라 관련 의혹과 한나라당의 반박을 ‘똑같은 비중’으로 실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KBS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MBC <PD수첩 ‘BBK 명함’>, <PD수첩 ‘BBK’>에 대한 편파성 주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앞으로 심의될 프로그램들이 편파성에 문제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올 대선 프로그램에서 공영방송의 언론기능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우수한 프로그램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대선 시사프로그램 중 가장 나았던 방송이 ‘편파’방송이라니

 

민언련 대선모니터단은 지난 10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방송 3사의 시사프로그램 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MBC <PD수첩> ‘BBK 관련 방영분’(11.20/11.27/12.4)과 KBS <시사기획 쌈> ‘이미지 선거’, ‘무신불립’ 편은 KBS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과 함께 대선관련 시사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았다. 대부분의 시사프로그램이 각 후보들의 도덕성과 정책 검증, 이미지 선거에 감춰진 문제점들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 때문이다.

 

KBS <시사기획 쌈 ‘이미지 선거’>은 후보들의 이미지 전략과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심층 취재해 이미지 선거의 이면을 드러냈다. 또 실험을 통해 ‘이미지’가 여론조사나 후보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국내외의 이미지 전략 성패 사례 등을 통해 이미지 선거의 이해를 도왔다. 유권자들이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을 짚어낸 부분도 의미 있는 접근이었다.


<시사기획 쌈 ‘이미지 선거’>에 ‘주의’조치가 내려진 이유는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은 일부 내용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은 선거운동과 유세 토론회 등의 활동을 보여준 데 비해 이회창 후보만 유난히 서민가정을 방문하는 모습이 나오고, 그 와중에 서민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은 방송내용이 담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은 여러 후보들의 선거운동 모습을 골고루 담으면서 각기 활동의 이면을 그대로 부각시켰다. 예컨대 이명박 후보도 화면에 잘 잡히기 위해서 얼마나 보좌진들이 노력하는지 보여줬다. 또 정동영 후보는 토론회 직전 자신의 아들 사진이 지갑에 있는지 확인하더니, 토론회에서 ‘용병발언’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군대에 간 아들의 사진을 갖고 다닌다며 보여주는 모습을 그대로 담기도 했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제작진은 그가 출마한 후 첫 행보부터 그를 조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후보가 자신의 귀족적 이미지를 버리고 서민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에 중점을 두었으며, 그 와중에 그가 서민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방문을 앞두고 불편한 몸으로 집을 치우는 장애인 부부의 모습을 담은 것, 후보 방문 이후 허탈해하면서 평소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말을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서민의 모습이 뭐가 그렇게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것인가. 오히려 이회창 후보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치인에게 느끼는 서민들의 심정을 잘 담고 정치인이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 부각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내적인 충실함을 채워야 한다는 측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을 뿐이다.

 

<시사기획 쌈 대선 ‘무신불립’>에 대해서는 우리가 11일 발표한 논평(<선거방송심의위, 국민의 알권리 보장하는 심의 바란다>)에서 밝힌 것처럼, 대선 후보 4인의 도덕성과 각 후보의 인물과 캠프 구성진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대선후보 인물 검증’이라는 민감하고도 어려운 사안을 효과적이며 공정하게 제시한 우수한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뷰 거부하고, 편파방송이라고 뒤통수 치나

 

한편 다른 시사프로그램들이 ‘BBK 의혹’을 외면하거나 사안을 정리하는 수준이었던데 비해, MBC <PD수첩>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이 됐던 ‘BBK 의혹’을 가장 구체적으로 취재하여 문제를 지적한 프로그램이었다.

 

<PD수첩>은 11월 20일 방영분에서 쟁점이 돼왔던 이면계약서, 만난 시점, 협상제안, 재판연기 이유 등의 한나라당 주요 주장과 이에 대해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의 반박 인터뷰를 내보내 시청자들의 판단을 도왔다.

 

11월 27일 ‘이명박, BBK 명함의 진실은?’ 편에서는 이명박 후보로부터 BBK 명함을 직접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의 인터뷰와 이에 대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엇갈린 해명을 전하며 이명박 후보와 BBK의 연관 의혹을 근거 있게 제기하기도 했다. 또 12월 4일 방영분에서는 에리카 김씨와의 인터뷰와 법정 자료를 통해 다스의 BBK 투자계약 과정을 설명하고 (주)다스와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는 의혹을 의미 있게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무대응’ 전략을 채택했다며 <PD수첩>에서 제안한 인터뷰를 거부했다. 스스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반박’을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김경준 측의 주장만 전했다며 편파적인 방송이라고 시비를 거는 것은 무슨 태도인가. 유권자의 알권리는 ‘나 몰라라’하더니 이제는 시청자와 방송을 농락하는 것 아닌가.


또한 시사프로그램은 양측의 공방을 똑같이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헤쳐 시청자들에게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시사프로그램에 이명박 후보의 불리한 과거행적을 불리하지 않게 다루라는 것은 국민을 위한 대선후보의 검증을 포기하면서까지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고 다른 후보들에게는 불리하도록 편파적인 보도를 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PD수첩>의 방송내용은 이미 여러 언론매체에 보도된 것들이다. 수많은 의혹 중 단 2가지 의혹만을 다뤘음에도 다른 시사프로그램이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BBK 주가조작사건에 이명박 후보가 연루되었다는 수많은 의혹들을 방송이 제대로 검증했다면 이처럼 검찰수사결과 발표가 석연찮은 마무리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작 의무방어 수준의 프로그램에 ‘편파’방송의 철퇴는 어울리지 않는다.

 

MBC 뉴스데스크 편파성 시비도 억지에 가까워

 

한나라당이 편파보도라고 주장하는 MBC <뉴스데스크>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억지스럽긴 마찬가지이다.


11월 27일 BBK 관련 뉴스 3건 <한글계약서 또 있다> <BBK 김백준 재소환‥도장 동일> <MB, 홍보할 땐 언제고…>은 별 문제가 없는 보도들이었다. 우선 <BBK 김백준 재소환‥도장 동일>은 주요 관련자들의 소환조사, 한글계약서의 도장 진위 여부 등 검찰 수사 경과를 보도한 것이었고, <MB, 홍보할땐 언제고…>는 여러 언론매체에 보도됐던 이명박 후보의 홍보자료를 MBC가 다룬 것이다. <한글계약서 또 있다>의 경우, 또 다른 한글계약서가 있다며 신당이 새롭게 제기한 의혹에 대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계약서가 뜻하는 것을 설명한 후 신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듣는 형식의 보도를 했다.


11월 28일 <광은창투에 35억 투자 vs 헛소리>는 옵쳐널벤처스 투자에 대한 에리카 김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했다. 다만 한나라당의 인터뷰 멘트를 넣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 멘트를 넣지 않았다고 편파적 보도로 지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언론에 대한 압박, 부끄러운 줄은 알았는지...

 

우리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오만방자한 행태에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로 또는 개인적인 수준으로 방송위원회에 편파성을 이유로 방송심의를 요청하는 것도 모자라, 지난 12일 선거방송심의위 회의를 참관하겠다고 신청했다가 회의 당일 스스로 철회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공적기관인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회의를 참관하겠다고 한 것인지, 자신들에게 불리한 심의결과를 내놓을까 정신적 압박이라도 주려고 한 것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나마 그런 행동을 하면 언론사의 항의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은 눈치 챈 것인지 그들은 회의 직전 참관을 취소했다고 한다.


한편 14일 주요당직자 선거대책위에서 심재철 원내수석 부대표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제재를 철회한 선거방송심의위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방송을 협박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더라도 방송에 대해 이러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되는데, 심지어 선거도 끝나지 않은 지금부터 집권이라도 한 듯이 착각한 채 방송을 장악했던 과거 독재정권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정권을 잡기 위해 언론을 겁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정권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음을 우리 역사는 보여준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방송의 공정성’ 운운하며 자신들의 부족함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짓은 하지 말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거듭 촉구한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제작진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하기 바라며, 12일 보여준 신중하고 공정한 태도를 다른 방송프로그램 심의에서도 견지해주기 바란다. 특히 한나라당의 정략적 공세로 선거방송이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방송심의위까지 한나라당의 정략적 행태에 동참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7.12.15 15:46ⓒ 2007 OhmyNews
#선거방송심의위 #PD수첩 #시사기획 쌈 #이명박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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