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맥도널드 햄버거.
김종성
이와 같이 중국인들이 상도덕에 관한 한 ‘F학점’인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지적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인들이 아직 자본주의 윤리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윤리에 익숙한 상인들일수록 더욱 더 교묘하게 손님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가는 법이다. 지속적인 신용 구축을 바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일본 같은 선진 자본주의 사회의 상인들이다. 이런 나라의 상인들은 언뜻 보면 더 많이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많은 이익을 챙겨가곤 한다.
한국도 점점 그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웬만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두고두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이윤 확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한국 상인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그런 훈련이 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장기간의 신용 축적을 통해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옛날 상인들에 관한 책에서 신용의 중요성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서로 차원이 다를 것이다.
상업 이외의 영역에서는 한국인들보다도 더 순진한 사람들이 돈을 버는 영역에서만큼은 일말의 도덕적 양심도 느끼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은, 위와 같이 중국인들이 돈을 버는 영역에 관한 도덕적 훈련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버는 방식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식이 아닌 ‘자신에게 편한 방식’으로 돈을 벌려는 유혹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아직까지 자본주의 상도덕에 덜 익숙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중국인들의 인성 문제보다는 중국사회의 구조적 측면이 보다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잘 알다시피,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사실상 자본주의를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절대로 자본주의를 안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시장경제를 할 뿐 자본주의를 하지 않는다”면서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는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상호 배척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이 시인하든 않든 간에 중국은 현재 사실상 자본주의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경제 영역에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사적 소유가 계속해서 발달하는 나라를 자본주의국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어떤 나라를 자본주의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공적 소유인데, 중국에서 사적 소유가 발달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왜일까? 한 달에 한국 돈으로 10만 원 정도를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 상황 하에서 어떤 부자들은 600만 원짜리 허리띠를 차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신들이 자본주의체제를 운영하고 있음을 중국인들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이전의 주요 사회주의국가로서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국이 공산당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두 번째일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으니, 자본주의를 한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공산당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