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의 소피아 성당100년이 넘은 하얼빈 시내에 있는 그리스 정교의 소피아 성당
최종명
사방 곳곳의 건물마다 화려한 조명이 광장을 빛내고 있다. 하얼빈 옛 거리 사진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도 역시 조명 속에 푹 파묻혀 있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이나 학생들 어른들 모두 제각각 여유를 즐기고 있다. 광장 한편에 조명도 없이 은근하게 서 있는 성당이 웅장하다. 스스로 빛을 내지는 않지만 주위의 강렬한 조명을 받아 그 자태가 더욱 빛나 보인다.
100년 된 건물인데다가 종교의 성지이니 경건해진다. 종교의 자유가 제한적으로 보장된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 한복판에 서 있는 숴페이야 성당이 역사적 가치로 느껴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성지 순례자의 마음으로 더듬어야 할 것인지도 알 길이 없다. 다만, 이 성당은 1960년대 신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건물 본체가 훼손됐으며 성당 내 벽화와 십자가가 유실되었으니 지금에 이르러 국가 A급 문물로 보호하면 대수인가. 적어도 성당 입구에 ‘문화대혁명 시기 성당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한 점 반성한다’는 팻말 하나라도 걸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터어키(土耳其)에 있는 성소피아 대성당과 같은 이름의 이 건물은 당시 철로 공사에 투입된 제정러시아(沙俄) 동시베리아(东西伯利亚) 제4보병대의 종군(随军) 성당이다. 군인들을 위한 종교성당으로는 그 규모가 꽤 큰 것은 당시 서구열강의 패권 쟁탈의 의지와도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 9일 아침이 밝았다. 오후 3시 48분 베이징 행 기차(D26)표를 미리 예매했다. 남는 시간에 안중근의사 기념관(安重根义士纪念馆)을 찾을 생각이다. 민박집 주인인 '하얼빈 리'가 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중국정부가 조선족을 위해 건물을 주고 기념관을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차로 데려다 주었다.
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하얼빈 리'와 기념관 관리 아주머니가 안중근 의사 실제 모습과 닮지 않은 동상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아쉬워한다. 사진과 얼핏 봐도 좀 달라보인다. 기념관은 작은 공간이지만 많은 볼거리가 있다. 안중근 의사의 동상과 하얼빈 역에서 이등박문을 저격하는 의거를 모형으로 구현했으며 많은 조선족 서예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