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룡산성 성벽이곳이 김개남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의 주둔지였음을 알리는 팻말을 누군가 세워두었습니다.
서부원
구름이 반지가 돼 산 중턱을 감싸고 있습니다. 500여 미터 남짓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 고장을 지켜낸 수호신마냥 산세가 자못 당당합니다. 더욱이 오래지 않은 때의, 여전히 식지 않은 뜨거운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어서 성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곳입니다.
잔뜩 흐렸던 지난 화요일(11일), 남원의 진산인 교룡산(蛟龍山)을 찾았습니다. 외지인이 남원에 들어서서 그곳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도로 표지판에 그 이름이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춘향골’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큰 까닭이지 싶습니다.
우선 시내로 접어들어 ‘만인의총(萬人義塚)’을 지나야 합니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로 넘어서려는 왜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죽어간 수많은 이름 모를 넋들이 묻힌 곳입니다. 그런 까닭에 오래 전부터 성역화되어, 광한루원과 함께 남원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곳을 지나 시멘트로 포장된 비탈진 고갯길을 오르면 촘촘히 쌓은 성벽과 마주하게 되고, 그곳이 등산객들이 신발끈을 조여 매는 교룡산 산행의 시작점입니다. 튼실하게 쌓은 교룡산성의 성벽은 산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선입니다. 성벽 높이라봐야 고작 어른 키 두세 배쯤에 불과하지만, 워낙 가파른 곳에 자리하다보니 난공불락의 요새가 따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