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산방소치가 기거했던 집. 오른쪽은 살림집인 안채이고, 바로 앞으로 보이는 집은 소치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던 사랑채.
이현숙
소치선생이 운림잡저 서문에 적은 글이다. 그 당시 이곳이 뛰어난 명승지는 아니었을 거다. 다만 그가 들어앉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해 터를 잡아 집을 짓고 기뻐했으며, 이곳을 무척 사랑하고 아끼면서 산책도 하고 스스로의 마음도 달래었을 것이다.
또한 이 운림산방 주변의 풍경 10곳을 골라 운림 10경이라 부르며 즐겼다고도 하니, 그는 스스로의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봐도 풍경은 충분히 아름답지만 어느 풍경이든지 보는 사람 마음에 따라 절경이 되기도 하고 절해 고도가 되기도 하는 법,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눈도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거라는 생각에서다.
초의선사의 영향을 받은 소치 허유자연을 즐길 줄 아는 그의 마음마저도 스승인 초의선사의 영향일지 모른다. 초의선사가 일지암을 짓고 흡족해 했듯, 그가 운림산방을 짓고 기뻐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전시관 앞에는 초의선사에게 선물 받았다는 가녀린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2대 나무가 수령(187)이 다하자 뿌리 나누기로 기른 나무라는데 친절하게 설명문까지 붙어 있었다. 그만큼 소치와 초의선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