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뭇가뭇 꿈틀대는 문호대왕의 아련한 바다

[돌방의 문화유산 사진기행②] 경주 감은사지

등록 2007.12.12 17:11수정 2007.12.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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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병직

<바탕노래 : 문병란 시/ 박문옥 곡 "직녀에게">

 

문호대왕의 바다

 

돌방 남병직

 

달빛 치렁거리는 감은사지에
나란히 어깨를 맞댄 쌍둥이 돌탑이
봉길리 바닷가 느닷없는
하늘신령의 神山으로
길을 만드네.
살금살금 8월의 별빛이
다섯 빛깔 치맛자락에 물드는
천년 감은성전의 백의관음이시여,
가뭇가뭇 꿈틀대는
문호대왕의 아련한 바다에
그리운 당신을 만나러 가시나
별바다에 찰주만 총총거리네.

 

“바다는 왜 바다입니까?” 누군가 이리 물으시면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므로” 때 아닌 농을 건네기도 한다지요. 그렇듯 지난 시절 줄기차게 달려와 삶의 무게를 내버려놓고, 오월의 신록마냥 싱그러운 추억이 알알이 맺힌 곳, 그대 문호대왕의 바다를 혹 기억하시나요?

 

해가 지면 감은사지 금인지당(金人之堂) 아래에는 동해의 신물이 서린다고 했다. 범부의 눈으로 마주대할 수 있을까, 이제 그간의 수고로움도 별 대수롭지는 않다. 이 끝없는 보물찾기를 누구에게 하소연할까마는, 하늘빛이 범상치 않은 오늘 신라의 동해구로 막 달려온 참이다.


봉길리 바닷가에 부왕부래(浮往浮來)하는 거북대가리의 신산(神山)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이윽고 12지신의 호석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대왕바위를 둥글게 에워쌌다. 동해의 신궁을 가로지르는 동서남북 사방의 수로를 따라 감은성전의 성수가 유유히 흘러들자, 대왕을 따라 동해구에 뼈를 묻은 서라벌의 혼백이 깨어나 이제 대왕의 바다는 한바탕 하늘신령의 신유림(神遊林)이다.


대종천의 물길을 따라 감은성전에 맞닿은 하늘의 힘은 무심(無心)의 대찰주 아래 굳게 봉인되었다. 별바다의 중심에 우뚝 솟은 동해용의 날카로운 이빨에 한 줌 서기가 뻗쳐오자, 거북신산을 한 입에 삼켜버린 동해의 신물이 밤바다의 커다란 성좌를 따라 북극성의 길을 만들어 놓는다. 감은사지의 동해용(東海龍)은 천년의 아침과 저녁을 다시금 깨어났다 초연히 잠들곤 했다.

 

-2004. 08. 12/ 프리세우스 유성우가 감은고탑에 내리던 밤

덧붙이는 글 | 경주 감은사지는 신라 제30대 문무왕이 불력(佛力)으로 왜구를 격퇴시키려 사명을 진국사(鎭國寺)라 하였으나, 생전에 그 완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자 아들 신문왕이 부왕의 뜻을 받들어 절을 완공한 후 감은사(感恩寺)라 하였다. 절터에는 국보 제112호인 동서삼층석탑 2기가 남아있는데, 서탑은 1959년, 동탑은 1996년에 각각 해체ㆍ보수되었다. 특히 동탑은 경주지역에서 속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라시대 유일한 석탑이었으나, 1996년 해체로 인해 신라천년의 신비는 사라지게 되었다. 2007년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에 의해 감은사지 서탑 보존처리를 위한 선행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07.12.12 17:1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경주 감은사지는 신라 제30대 문무왕이 불력(佛力)으로 왜구를 격퇴시키려 사명을 진국사(鎭國寺)라 하였으나, 생전에 그 완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자 아들 신문왕이 부왕의 뜻을 받들어 절을 완공한 후 감은사(感恩寺)라 하였다. 절터에는 국보 제112호인 동서삼층석탑 2기가 남아있는데, 서탑은 1959년, 동탑은 1996년에 각각 해체ㆍ보수되었다. 특히 동탑은 경주지역에서 속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라시대 유일한 석탑이었으나, 1996년 해체로 인해 신라천년의 신비는 사라지게 되었다. 2007년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에 의해 감은사지 서탑 보존처리를 위한 선행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감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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