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시민아파트. 1969년에 세워졌다.
조정래
충정로동으로 들어서기 전에 꼭 봐야 할 곳이 있다. 충정로동 근처 천연동에 있는 금화시민아파트. 69년에 지은 아파트다. 원래 19동 850가구인 큰 단지였지만, 지금은 두 개 동만 남았다. 블로그 '여비의 서울수도 600년'(
http://blog.paran.com/ee1536/16166727)에 가면 당시 지은 19동짜리 금화시민아파트와 산 꼭대기에 따닥따닥 붙은 집들을 볼 수 있다.
그 당시엔 최신 주택이었겠지만, 지금은 아주 남루한 상태다. 사람 나이로 39세. 그다지 많은 나이도 아니다. 아파트가 빨리 늙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보다 훨씬 빨리 늙는다. 사람은 이제 한창 활동한 나이지만, 아파트는 이제 퇴역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그런 점에서 아파트는 참 슬프다. 대를 이어 오래오래 살 곳이 못된다. 추억을 묻기엔 삶이 너무 짧다. 아파트의 삶은 도시의 변덕스러움을 닮았다.
지난 98년 12월 금화시민아파트는 붕괴위험 건물인 E급 건물로 판결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또 9년. 금화시민아파트는 오래지 않아 철거될 상태다.
서울에선 제일 맏형 아파트가 될 이 건물에 들어서면 계단마다 놓인 아파트를 볼 수 있다. 복도마다 가득한 짐과 나무 문짝, 밖에 놓인 장독 등은 요즘 만들어진 아파트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겉은 허름하지만 옥상에서 본 풍경은 놀랍다. 서울 사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좋다고 알려진 남산보다 한 눈에 들어오는 범위가 더 넓다. 서울을 보고 싶거든 꼭 금화시민아파트에 올라가 보시기를.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금화장2길 사거리까지 쭉 내리막길을 달리면 충정로동이다. 경사가 가파르니 브레이크를 잘 잡으면서 내려가야 한다. 금화장2길 사거리에서 금화장2길로 들어선 뒤 근처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골목 탐험을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