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이집트 아기
이승철
“들어가지 마시오.”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하세요.”
그렇게 황당할 수가 없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읽게 된 한글이 하필이면 이런 경고 안내문으로 쓰이다니. 한국 관광객들이 얼마나 질서를 지키지 않았으면 이런 안내판을 한글로 세워 놓았을까?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을 부끄럽게 하는구먼.”
안내문을 읽으며 일행 한 사람이 혀를 끌끌 찼다. 2주 동안 아프리카 북단에 있는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등 중동 3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관광지 몇 곳에서 만난 우리 한글이 하필이면 이런 경고문이어서 모처럼 만나 반가워야 할 우리 한글을 부끄럽게 했다.
누가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을 부끄럽게 했는가“들어가지 마시오”는 이집트 관광지였고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하세요”는 이스라엘의 아주 오랜 교회였다. 모두 한국인 관광객들, 그중에서도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와 유적들이다. 막무가내로 아무 곳에서나 떠들어대고 질서 안 지키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가이드의 귀띔이고 보면 한글 안내문이 세워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이집트의 카이로 공항에서 일본의 오사카행 비행기를 탄 것은 지난 2월 3일이었다. 중동과 아프리카 여행은 그래도 매우 즐겁고 유익했다. 평생 처음으로 이 지역을 여행했으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귀국길 비행기에서 왜 하필이면 씁쓸한 기억이 먼저 떠올랐을까? 그것은 어쩌면 내 뒷자리의 일본인 부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나이가 60대 중반쯤이었는데 언제 술을 마셨는지 내 자리까지 상당히 진한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목소리도 너무 컸고 가끔씩 내가 앉은 의자 뒤를 발로 툭툭 걷어차 기분을 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