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른들 진료기록 일부
김치민
섬마을 사람들에게 치과는 멀고 험한 길이다. 다른 곳이 아프면 생활을 할 수 없으니 열일 제치고 달려나가지만, 이가 아프면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기 십상이다. 여객선 타고, 군내버스를 또 타야하는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하고, 고구마 빼깽이 거두는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더 핑계가 좋다. 아이들이 쉬는 날은 치과도 쉰다. 혹 평일에 치과를 가려면 학교를 빠져야 한다. 가고 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면 여객선이 끊기기 때문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치과 진료는 무섭기 한가지다. 무섭기도 하지만 만만찮은 비용에다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식은 오복이 아니라도 이는 오복에 든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가 좋은 것이 큰 복임을 왜 모르겠는가? 힘겨운 생활에 작은 고통쯤은 그냥 견디고 사는 것이 섬사람들의 생활이다.
이번 의료봉사에 나선 사람들은 전남 여수시 예치과병원(전남 여수, 원장 신정일) 소속 의사와 간호사들이다. 2007년 초 섬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치과의료봉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예치과의료봉사단을 꾸렸다.
의료봉사용 선박과 휴대용 치과 진료 장비를 갖추어 지난 9월 경도 주민을 대상으로 처음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2명의 의사와 14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병원 가족을 두팀으로 구성하여 의료봉사활동 기간 동안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의료봉사를 하게된 이유를 물었다.
"병원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나오면 좋아요."
환하게 웃는다. 더 물을 수가 없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아이고 보철을 다시 해야겠네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눈으로 답하는 할아버지. 이리 저리 바삐 움직이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의 모습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