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의 이노 마이 씨와 협의하여 산간지의 자급 벼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에서 공부 모임을 열었다 .. <백성백작>(후루노 다카오, 그물코, 2006) 181쪽
공부하는 모임이라면 ‘공부 모임’입니다. 영화를 이야기하거나 찍는 모임이라면 ‘영화 모임’입니다. 축구를 즐기거나 좋아하는 모임이라면 ‘축구 모임’일 테지요. 농사꾼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농사꾼 모임’이고 노동자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노동자 모임’이에요. 문학을 즐기는 모임이라면 ‘문학 모임’입니다. 있는 그대로 가리키는 모임이름이에요.
┌ 공부 모임
└ 스터디 모임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였나, ‘스터디 모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학교에 잠깐 다니는 동안에는 ‘스터디’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공부하는 모임을 꾸린다면서 ‘공부 모임’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동무들은 드물었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굳이 ‘스터디(study)’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남들이 쓰는 말이니 그냥 따라서 썼을까요. 글쎄, 그런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말, ‘스터디 모임’을 쓰는 이들은 자기들은 ‘스터디’를 한다고 생각했지 싶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나들이를 하는 이들은 ‘차 나들이’가 아닌 ‘드라이브’를 한다고 말하잖아요. 마실거리를 가리켜 ‘드링크’라고도 합니다. 수첩이나 쪽지에 받아적는 일을 ‘메모’라고도 합니다.
문을 따는 쇠를 ‘키’라고도 하며, 고마운 일이 있을 때 ‘땡큐’라고 웃음짓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서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으레 ‘북 섹션’입니다. 저는 때때로 고속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먼 나들이를 하는데, ‘버스역’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고 ‘버스 터미널’이라고 해야 비로소 알아듣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 쉼터’ 같은 이름을 쓰는 곳은 없고 ‘북 까페’라는 이름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득, 퍽이나 많은 이들이 스스럼없이 ‘스터디’를 하는 세상에서, 저 혼자 거꾸로 걷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열쇠를 꽂든 키를 꽂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딴지를 거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적든 메모를 하든 줄거리만 잘 알면 되는 세상이잖아요.
자동차로 나들이를 하기보다 드라이브를 해야 시원하고 즐겁다고 하잖아요. 땡큐라고 할 때 말느낌이 좋다고 하는데, 쏘리라고 해야 미안하다는 마음이 든다는데, ㄷㅈ이나 ㅇㅅ이 아니라 DJ나 YS를 써야 뭔가 어울리고 알맞다고 생각한다는데, ㅁㅂ이 아닌 MB만 쓰고 있는데, 저는 지금 뭘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2007.12.05 18:59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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