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문. 홍지동이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했다.
김대홍
내가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이 바로 '홍제동-홍은동-홍지동-부암동-청운동-효자동-내수동' 길. 당연히 홍은동·홍지동 길은 눈감고 그릴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알고 다니는 것과 모르고 다니는 것은 천지 차이다. 모르고 천 번 만 번 다녀도 그 길은 그 길일 뿐이다.
조전 정조 때 문필가였던 유한준이 남긴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달리 보면 '모르고 보면 항상 전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대원군 별장(홍제동 125번지, 서울시 유형문화재 23호), 홍지문·탕춘대성(홍지동 산4, 136-3, 서울시 유형문화재 33호), 서예가 손재형 집이었던 궁중요리집 '석파랑', 소설가 이광수 고택(홍지동 40), 보도각 백불(홍은동 8, 서울시 유형문화재 17호) 등을 만나게 됐다.
이 중 가장 최근에 알게 된 곳이 이광수 고택이다.
몇 달 전 이광수 집을 찾기 위해 홍지동 골목길을 누빈 적이 있었다. 골목길 입구엔 분명 '이광수 가옥'이라고 쓰여 있는데, 아무리 오르락내리락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르막길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는지 모르겠다. 추운 날씨였는데도, 자전거를 끌고 다니다보니 어느새 땀이 났다.
그 덕에 골목 이곳 저곳을 구경하긴 했다. 주위는 모두 빌라 아니면 양옥집이었다. 어디서도 한옥집은 보이지 않았다. 이 곳에서 유일한 한옥이라 했는데 도대체 어딜까.
그 비밀은 3주 전 풀렸다. 그 때 날이 너무 어두웠던 게 문제였다. 게다가 담이 높아서 집 안이 잘 보이지 않았고, 집 주위에 아무런 표시가 없었기 때문에 찾지 못한 것이었다.
11월 중순 햇빛이 어느 정도 남아 있던 오후 다시 그 곳을 찾았다. 눈에 불을 켜고 언덕을 올랐다. 마침내 오른쪽 집에서 한옥 처마가 살짝 머리를 내민 것을 봤다. 야호! 삼지동 1길이다. 근처에 있는 절 소림사 앞에 연못 세 개가 있었다고 해서 삼지동이다.
'친일파' 이광수의 집을 보존해야 하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