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대선후보들의 서민마케팅은 모두 위선이다

위선에 속지말고, 정신차리자

등록 2007.11.30 14:13수정 2007.11.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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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라는 말은 정의하기가 애매하다. 사전에는 '벼슬이나 신분상의 특권을 갖지못한 사람' 또는 '경제적으로 중류이하의 넉넉치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실제로는 각자 생각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꽤 여유있는 생활을 누리면서도 스스로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살림살이가 빠듯하지만 스스로 서민은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국민 대다수가 서민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서민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바로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서민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동질성을 강조하며 득표하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서민이라고 누구나 인정할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서민이 아닌 사람들이 서민의 이미지만 차용하여 유권자에게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합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평화시장에서의 어려운 생활경험을 자주 들먹인다. 시장이라는 공간이 서민들의 삶을 농축하여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민들이 힘겹게 장사를 하거나 적은 생활비로 물건을 사면서 가격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특히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대형유통업체들의 난립으로 재래시장이 어려워졌다. 서민적 이미지를 심기에는 그만한 장소가 없다. 그러나 그는 원내 제 1당의 대선후보이다. 수십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서민들은 구경도 하기 어려운 넓은 집에 살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종로에 있는 허름한 국밥집을 빌려 홍보물을 찍었다. 물론 등장하는 욕쟁이 할머니는 강남의 깔끔한 국밥집 할머니라고 한다. 사실 허름한 곳에서 할머니의 욕을 얻어먹어가면서 먹는 값싼 국밥은 서민들의 삶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사실 수백억의 재산가인 그가 서민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그가 그 허름한 국밥집에 자주 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서민들에게 동질감을 줘서 득표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것임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항상 노동자의 친구를 자처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차별받는 비정규직의 분쟁현장에서 그들과의 연대를 과시하곤 하였다. 역시 대선공약도 좌파정당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서민이라 하기에는 상당한 수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들을 해외에 유학보낼 정도로 넉넉한 형편이다. 입으로 외치는 주장과 후보 스스로의 경제적 상황이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문국현 후보의 경우도 사람중심 경제를 말한다. 진짜 경제는 바로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겠단다. 부단히 일자리를 만들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향상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수백억대의 재산을 보유한 재산가이기도 하다. 사실 그를 서민들의 친구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안타깝지만 지금 대선후보들 중에 진정한 서민은 없다. 다만 모두가 서민들의 표를 얻고 싶어할 뿐이다. 서민들과의 친근함을 널리 주지시켜서 서민들의 표를 얻어서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싶어할 뿐이다.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서민들을 대표할 대선주자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제도적으로 서민이 정치권력에 다가갈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대선후보 등록을 위해서 내야할 기탁금만도 5억원이다. 서민이 5억을 내고 후보등록을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진짜 서민이 출마를 한다고 하더라도 서민들의 표를 얻을 가능성도 높지않다. 서민들의 사고 속에 이미 지도자를 자신들과 다른 격으로 높여서 생각하는 잘못된 사고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민들이 힘을 모아서 스스로 대선후보를 만들고 지지해서 당선시킬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서민들을 위한 정책의지를 많이 갖고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선거홍보물에 나오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보를 골라서 지지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선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위장된 서민, 포장된 이미지인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냉정히 바라보지 못하면 또 속아서 기득권층 대변자에게 서민들이 힘을 보태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냉정하게 살펴보자.

 

서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누구도 근원적인 해법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대강 얼버무려서 이미지만 만들려고 한다. 경제성장률을 높여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같이 경제성장을 말할 뿐이다. 심지어 좋은 성장과 나쁜 성장을 구분하기도 한다. 좋은 성장과 나쁜 성장은 구분하는 경계도 애매할 뿐 아니라 좋은 성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토양에 놓여져 있다.

 

토양을 근원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좋은 성장은 가능하지도 않다. 분명 좋은 성장이라면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성장을 말하는 것일텐데, 사실 지금의 토양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경제는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고용은 늘어나지 않고, 비정규직이라는 나쁜 일자리가 정규직이라는 좋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내수와 서비스업이 부진하다. 중소기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재벌과 대기업만 커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토양위에 경제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수출과 토목공사로 해결하려고 노력한 지난 수십년간 누적된 문제이다. 복지를 확충하기 보다는 경쟁력을 높인다며 세금을 깎는데 바빴던 결과이다. 사실 서민들이 이렇게 많아진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이미 구축했어야 할 사회복지 시스템이 여전히 허저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 재벌과 대기업과 수출업을 위해서 존재하는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수출과 대기업, 경쟁력 제고라는 허울로 덮인 세금제도와 비정규직 양산, 부동산의 가격폭등과 높은 사교육비,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의 고갈, 다시 내수와 서비스업의 불황 그리고 수출과 대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비로서 서민들의 삶이 향상된다. 가장 직설적이고 정직하게 말하면 우선 성장을 희생하고서라도 누진률이 적용되는 직접세를 올리고, 복지예산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법으로 철저히 금지하는 것이다. 부동산의 가격을 직접규제하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를 한번은 끊어야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러한 서민들의 살길을 말하지 않는다. 애매한 투로 언급하는 후보가 보이기는 하지만 정면으로 사실을 말하는 후보는 없다. 지금 우리는 선성장론을 폐기할 때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지금은 우리가 분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라고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오랜 좌파에 대한 콤플렉스를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진정 서민을 위한 정권을 세우고 싶다면 서민들이 좌파가 되어야 비로서 가능하다. 그 지긋지긋한 빨갱이 때려잡기를 21세기인 지금까지 계속해선 안된다.

 

서민들과 다중한 포즈로 대화하는 후보가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홍보물의 이미지에 현혹되어 서민이 기득권 대변자에게 투표해서는 영원히 서민들의 삶은 고달풀 뿐이다. 서구세계가 한동안 우측으로 달려왔다고 우리도 우측으로 달려갈 처지는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부단히 좌측으로 달려가도 그들에 비하여 한참 우측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절대로 홍보물에 등장하는 서민스러운 이미지에 속지말자. 서민들이 지속적으로 그러한 거짓말에 속은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지금 서민들에게는 훨씬 더 많은 복지혜택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서민들이 모두 굶어죽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제발 이미지에 속지말고 정신을 차리자.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7.11.30 14:13ⓒ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서민마케팅 #복지확대 #부자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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