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전쟁을 문명의 사춘기라 말하며 인간이 문명의 사춘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한다.
조찬현
생각이 안 떠오르면 머리 텅텅 비워무인전투기너도 만들고 나도 만들면
앉아서 죽을 일만 남았네
한심한 문명그는 무인전투기를 그의 작품에서 ‘한심한 발명품’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을 문명의 사춘기라 말하며 인간이 문명의 사춘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한다. 벼논에 설치한 ‘생명 그리고 희망’에선 생명을 죽이는 미사일탄두에 생명을 되살리는 삽과 호미, 괭이 등의 농기구가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표현하기도 했다.
실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건강치 않은 몸에도 아랑곳 않고 그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다. 펭귄 가슴에 부착된 팻말 ‘남극의 대표’, 컴퓨터 합성한 유빙과 함께 떠있는 얼음 펭귄, 투발로 프로젝트, 문명의 상징인 ‘나침반이 녹고 있다’, ‘떠도는 대륙’, ‘죽임의 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있다.
꽃이 피고 지는 현상, 스치는 바람결도 세심하게 살펴보는 그의 관찰력과 감성이 작품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생각이 안 떠오르면 머리를 텅텅 비워놓고 처음 보듯이 보는 버릇이 있다는 그는 담장의 담쟁이덩굴에 옷걸이를 걸어놓고 작품을 구상하기도 했다.
“한참 보니까 사람이더라고, 근본을 찾아보면 원인이 있어요.”
"'도랑치고 가재 잡고'는 땀 냄새가 배어 있지만, '꿩 먹고 알 먹고'는 얌체 같아서 굉장히 싫어했다"며 수도꼭지에 백열전구를 단 작품은 대중목욕탕에 '절약'이라 써서 설치하고 싶다고 한다. 이렇듯 그의 상상력은 기발하다. 우리 주변의 생활 속에서 건져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