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활성화와 교육공동체 갈등 '교원성과급제'

입장, 신분에 따른 위화감 조장...불신의 폐해는 아이들에게

등록 2007.11.29 15:07수정 2007.11.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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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선 학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교사들이 술렁술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교원성과급 산정기준에 따라 교사들의 A, B, C등급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올해 교사 성과상여금 차등 지급률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20%로 유지하되 내년에는 차등 지급률을 30%로 확대키로 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에 따라 최상 A등급을 받은 교사(3등급 구분시)는 230만2330원, B등급은 받은 교사는 213만5640원, C등급을 받은 교사는 201만190원을 각각 연 1회 일괄 지급받게 된다. A등급과 C등급간 최고 29만2140원의 차이가 난다. 물론 전교조는 교육부가 차등성과급을 확대해 지급하면 차등액 전액을 반납하고 정부가 반납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회기금으로 조성, 교육양극화 해소 등에 사용하겠다며 투쟁의사를 밝혔다.

 

전교조 전교소속 교사들이 차등성과급저지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전교조전교소속 교사들이 차등성과급저지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전교조
▲ 전교조 전교소속 교사들이 차등성과급저지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전교조


교원성과급제는 애초 실시 이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어떻게, 무엇으로 교사를 평가하느냐’고 목소리 높였던 사람들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추세다. 오히려 서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보이지 않는 혈투를 벌이는 상황도 벌어진다. 돈과 관련한 사안이지만 높은 등급을 받은 사람이나 낮은 등급을 받은 사람 누구도 그리 썩 마음 편하지 않다.


성과급제와 관련한 최종 권한은 학교장이 가지고 있다. 물론 성과급심사위원회가 있어서 엄정한 평가와 심사를 한다지만 결론은 교장이 내린다. 그러다 보니 각 학교마다 ‘설’이 난무한다.

 

성과급의 차등지급 기준을 보면 ▲수업지도(30%)-수업시간수(25점-저학년, 고학년, 특수, 전담에 따라 20~25점), 시범수업공개(5점) ▲담당업무(60%)-기피담당업무 여부(업무곤란도여부 5점, 기피업무담당자 5점), 정규 수업회의 업무 ▲전문성 개발(10%)-연구대회 입상자(5점), 수업관련 장학요원활동(3점) 등의 규정에 의해 100점을 기준으로 전년도 실적에 대한 등급이 정해진다. 동점자는 교육경력과 연장자 순으로 상위 등급을 준다.

 

결정된 등급은 그 개인에게 통보되고 이의 제기할 기회가 있지만 번복되기는 어렵다. 이러한 교원성과급제가 초기 강력한 저항으로 각 등급간 격차를 크게 두지 않았지만 올해는 각 등급간 15만원 정도의 차이를 두었다. 어떤 형태로든 교사의 자질 향상과 불신의 대상이 돼버린 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평가’라는 절차가 있어야겠지만 공정성과 형평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특수학급담당교사나 보건교사는 C등급 단골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교사가 종종 최고의 등급을 받아냄에 따라 뒷말이 나온다. 문제는 또 있다. 성과급제가 일반교사들을 기준으로 체계화돼 있어 특수학급담당교사나 보건교사들은 항상 불리한 입장에 서 있다. 실제로 보건교사의 수업일정은 각 학년의 체육시간에 진행되고 각종 교육은 특수성과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주로 외부강사를 초빙해 진행하게 된다. 보건수업을 했어도 외부강사가 초빙됐음으로 본인의 수업시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업시수로 따지는 평가가 너무나 불공평한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수업무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C등급의 단골’이다. C등급 교사는 재교육의 받아야 하고 감원 대상 우선순위에 놓인다. 이외에도 교사와 행정실직원이 대상인 교원성과급제도는 당연히 학교의 비정규직 근무자들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 평가 대상들은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 2개월치에 상당하는 액수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학교 내부에서 서로의 입장, 신분에 따른 위화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아울러 일괄적인 평가가 아니라 해당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한 절차도 필요하다. 불신을 키우는 평가 틀과 돈의 문제에 교육현장이 어지럽혀질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될게 뻔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천시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29 15:07ⓒ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인천시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원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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