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관문인 주흘관과 감나무
이승철
성문 안으로 들어서서 바로 오른편 길을 따라 골짜기 쪽으로 향했다. 이 길이 바로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여궁폭포를 거쳐 혜국사와 대궐터를 지나 주흘산으로 오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초겨울의 깊은 산골짜기는 싸늘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옷깃을 여미고 걷노라니 앞서가고 있던 등산객들 중에서 여성 한 명이 어디까지 올라갈 거냐고 묻는다. 우리가 주흘산을 올라 영봉을 거쳐 제2관문으로 내려올 예정이라고 하자 그 코스가 만만치 않은데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우리 일행들이 조금은 염려스러운 모양이었다.
“이 친구야 염색 좀 해라, 너무 늙어 보이니까 그런 얘기를 듣는 거야.”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등산객에게서 염려스럽다는 말을 들은 것이 아쉬운 듯 공연스레 염색을 하지 않아 백발인 친구에게 지청구가 돌아간다.
“어! 무슨 소리. 난 머리만 하얗지 아직 동안인데 설마 날보고 그랬겠어?”
이 친구는 정말 머리카락만 하얄 뿐이지 얼굴은 동안(童顔)이다. 그래서 염색을 하면 목욕탕에서 만난 중학생이 형이라고 부를까봐 염색을 하지 않노라고 변명하는 친구다.
“다 좋은 마음에서 한 말이니까 신경 쓸 것 없어, 춥고 얼어붙은 산에서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옳은 말이다. 겨울산은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위험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며칠 전에 내린 눈이라도 응달길에 얼어붙어 있다면 더욱 위험할 것이다.
“맞아! 맞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첫 만남이라도 모두가 가까운 동지들 아닌가?”
어쩌면 나이 들어감이 아쉬운 초로의 사람들이라 지나가는 말에 공연스레 민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그런 마음을 떨쳐 내버리고 평상심과 넉넉함을 되찾는 일행들이 다정함과 소중함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