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문에 관계없이 승차하는 '얌체 승객'들지척의 안내문을 보고도 3번 플랫폼에서 급행전철 열차에 승차하고 있다. 이들은 별다른 제지 없이 승차하였으며 2번 플랫폼에서 정상적으로 대기하던 일반 승객 중 상당수의 승객과 달리 앉아서 급행전철 열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갔다.
이준혁
하지만 지금까지의 항목은 다음 항목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하다. 앞선 두 항목은 2번 플랫폼으로 되돌아오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얌체 승객'들의 예상대로 급행전철로 운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래서 내리긴 해야 하는데 '바깥에서 지켜보는 눈들이 가득하여 내리기 두렵다고 생각되도' 2번 플랫폼에 내려 갈아탈 수는 있다. 그러나 다음 항목에 해당되는 경우, 2번 플랫폼은 물론 그 어떤 플랫폼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으로 승객과 코레일 측 모두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바로, '운행중지'되는 경우다. 물론 흔치는 않지만 존재한다. 이는 크게 두 경우로 나뉘는데, 회차 선로를 통과한 후 나오는 용산차량기지에서 중(重)정비를 받고자 이동하는 경우와, 다시 2번 플랫폼으로 나오되 2번 플랫폼에서 정차하지 않고 구로차량기지까지 무정차로 운행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얌체 승객'은 꼼짝없이 차량기지까지 가야 한다.
철도차량기지는 안전과 보안상 일반인들은 사전 허가와 담당직원 동행이 없는 한 출입이 금지돼 있다. 그러한 차량기지에 운행중지된 열차를 타고 온 '얌체 승객’은 나가기 위해 곤혹스러운 과정을 겪는다. 그나마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시작하는 열차가 있으면 눈칫밥을 먹더라도 그 열차를 타고 나가면 된다. 하지만, 늦은 시간대라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시작하는 열차가 없거나, 배차가 드문 시간대라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시작하는 열차가 한참 후에 있으면 코레일과 '얌체 승객' 모두 매우 난감해진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엄연한 승차질서 저해 행위를 계속 하고 있으며, 경각심이 없는 승객이 다수라는 점이다. 3번 플랫폼에서 대기하던 한 중년 여성 승객은 "그냥 좀 봐 주면 안 돼요? 힘들게 사는 서민 더 힘들게 하네"라며 항의했으며 한 젊은 여성 승객은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심지어 30대로 추정되는 3인의 여성 승객은 동일한 시간에 10여 차례에 걸쳐 마주치기도 했다.
기필코 근절해야 하는 용산역 '얌체 승객'앞서 언급한대로 현행 용산역 선로 배열은, 천안 방향의 경부선과 인천 방향의 경인선이 구로역 부근에서 합쳐질 무렵에 형성된 후, 한강철교를 건너 용산역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또한 서울~시흥 구간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인천 방향의 일반/급행 전철, 천안 방향의 일반/급행 전철이 모두 통과하는 구간으로 이미 선로의 정상허용용량을 과포화한 상태다. 일부의 대안처럼, 선로를 변경하거나 큰 공사를 통해 개선하는 것은,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있지 않는 한 비용 문제 이전에 더 큰 혼란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현재 용산역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얌체 승객' 현상은, 종착역 근처에서 발생하는 '전 역사로 가서 승차하기'와는 차이가 크다. '전 역사로 미리 가서 승차하기'는 아침 시간에 천안역(경부선), 동인천역(경인선), 오리역(분당선) 등에서 벌어지는데, 천안역, 동인천역, 오리역 등으로 역행한 승객은 해당 전철에서 내려 서울 방향의 열차가 닿는 플랫폼으로 간 후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 승차한다는 점이 차이다.
용산역 '얌체 승객'은 줄을 무시하여 승차질서를 파괴하고, 가서는 안 될 곳까지 갔다 와 철도안전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동일 섬에서 서울방향 일반전철 승하차를 제외한 수도권 전철의 모든 승하차과정이 이뤄지며 안전문제가 제기되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플랫폼을 분리했고 다수의 승객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겪더라도 안전한 전철이용을 위해 적극 협조하는 상황이다. 이런 얌체 승객들이 있는 한 복잡한, 그리하여 안전사고의 발생이 우려되는 철도이용환경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