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절편지사람의 척추는 목뼈 7개, 가슴뼈 12개, 허리뼈 5개, 엉덩이뼈 5개로 구성되는데, 그 사이사이로 신경이 빠져나간다. 기호는 목신경c, 가슴신경T, 엉덩이신경S을 의미한다.
효형출판
[키워드 1 - 몸의 탄생] 엎드려라 네발짐승이 된다?
제목만 보고 도발적인 내용을 기대하지 마시라. 1장에서 저자는 우리가 ‘네발짐승’임을 알 수 있는 증거로, 신경 분포를 나타내는 피부 절편지를 꺼내 든다.
말초신경 하나하나가 담당하는 부위를 피부 면에 표시할 때, 사람이 서 있는 상태에서는 그 분포 모양을 쉽게 알 수 없지만, 엎드리게 한 뒤 분포 모양을 표시하면 네발짐승처럼 머리 위에서 엉덩이 쪽으로 신경분포가 순서대로 위치한다.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키워드 2 - 해부] 오, 나의 이발사 선생님인류가 인체를 ‘직접’ 들여다보기까지는 녹록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중세 교회가 인체 해부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직 직접 바라보는 것만이 대상의 진실을 알게 해준다 믿었던 몬디노 같은 용감한 교수들은 제자들을 이끌고 해부학 실습에 나섰다.
그런데 웬일인지 뒷짐 지고 다들 바라보고만 있고, 날카로운 메스를 들고 나타난 이발사 선생님이 해부를 집도하신다. 그 당시 ‘칼’을 잘 다뤘던 이발사들은 해부뿐 아니라 수술대에까지 그 기량을 발휘했으니, 그 전통은 지금도 이발소 삼색등에 남아 있다. 파란색은 동맥, 붉은색은 정맥, 흰색은 붕대를 뜻한다.
[키워드 3 - 뇌] 인간 개조를 꿈꾸었던 그들1949년 포르투갈의 과학자 모니스는 정신병자의 이마엽 일부를 자르는 ‘뇌엽절제술’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인간을 수술로 ‘개조’할 수 있다는 이 위험천만한 기술은 곧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1939년부터 1951년 사이에 미국에서만 1만 8000건의 수술이 행해졌다. 하지만 성공률은 1/3. 정신병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었을 때의 완치율과 똑같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많은 사람이 이 수술을 받아, 때론 나아졌고 때론 죽었으며 때론 정신능력이 심각히 훼손되고 말았다. 일부 국가에선 행동교정술의 하나로 사용한 무시무시한 ‘치료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