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줄장미땅바닥을 기며 피어난다.
김민수
봄이 오는 길목에는 찔레꽃이 진한 향기를 머금고 피었다 집니다.
물론 조금 게으르게 피어난 것들은 봄의 끝자락을 붙잡고 피어나는 것도 있지만 여름이 되면 내년을 기약하기 마련이지요. 제가 들줄장미를 처음 만난 것은 제주도의 용눈이오름과 근처의 야산자락입니다.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오름에 올라 들꽃들을 찍으려 엎드렸는데 따가운 가시가 저를 사정없이 찌릅니다. 가시를 성성하게 달고 땅에 쫙 붙어 있는 줄기들이었는데 가만히 보니 하얀 찔레꽃을 닮았습니다. 그저 찔레꽃인 줄 알았습니다. 오름에서 자라다보니 위로 넝쿨이 올라가지 않고 땅으로 기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찔레가 아니라 들줄장미(용가시나무)였습니다.
그렇게 그 이름을 알고 꽃술이며 이파리를 보니 닮은 구석은 많지만 달랐습니다. ‘아, 이런 차이들로 그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구나!’ 생각하며 아주 작은 차이점들을 다 구분해 내고, 꽃들마다 이름을 붙여준 이들의 수고에 감사하게 됩니다.
용가시나무와 들줄장미라는 이름 중에서 저는 ‘들줄장미’가 더 마음에 듭니다. 어차피 장미과의 꽃들에는 성성한 가시가 있으니 꼭 가시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들에 놓여진 줄처럼 뻗어가며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니 들줄장미라고 하면 기억하기도 편리할 것 같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