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정동영 후보의 부동산 정책, 문제 있다

1세대 1주택 양도세 규제장치 풀면 중대형 아파트 가격급등 우려돼

등록 2007.11.22 11:10수정 2007.11.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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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동영 후보는 20일 "종부세는 건드리지 않겠지만 양도세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며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에 대해 실질적 감면을 추진해 부담을 갖지 않고 집을 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그는 이 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를 고치겠다"며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부동산 거래활성화?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성?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는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초 ABC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것이다. 어떤 자산시장도 거래량과 가격상승은 (+)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인다. 주식에 관한 책을 한두 권이라도 읽어 보시라. 서두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래량과 가격상승은 강한 (+)의 상관관계가 있다. 그런데도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자?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틔워 주자?

 

통계청이 공식 승인한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 동향을 살펴보면 2007년 1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도권 중에서 과천이 (-4.9)%로써 가장 큰 하락율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동기간 2% 이상의 하락율을 보이는 지역은 고양시 일산서구(-2.8%), 성남시 수정구(-2.8%), 수원시 영통구(-2.9%), 용인시 수지구(-2.7%), 서울시 강동구(-2.4%), 성남시 분당구(-2.2%), 군포시 산본지역(-2.2%), 서울시 강남구(-2.1%), 서울시 양천구(-2.0%), 안양시 동안구 평촌지역(-2.0%) 등이다.

 

주식시장이든 아파트시장이든 장기 시계열분석을 해보면 바로 정답이 나온다. 아파트 가격하락은 필수적으로 거래량 위축을 수반한다. ‘부동산 가격상승기에는 거래량이 늘고 가격 안정기에는 거래량이 줄어드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철칙(鐵則)’이다. 토지공사 홈피에 올라와 있는 아파트 거래량을 들여다 보아도 서울시 아파트 거래 주기는 가격상승기에는 4~5년. 가격안정기에는 5~6년으로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서 거래를 활성화하자고 한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ABC도 모르는 사람들이 부동산정책을 한다고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부동산정책이 실기(失機)하고 종국에는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1세대 1주택 보유자 중에서 양도세를 내야 하는 가구는 6억 이상의 고급주택 소유자들인데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대통합신당의 입장이다.

 

그런데 따져보자. 고급주택 소유자들이 “이사” 운운하는데 6억 이상의 아파트는 대부분 다 버블세븐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하는데 못 간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 없는 구차한 주장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구차한 주장 뒤에 숨겨진 부유층들의 실제 요구는 수익률이 더 높은 중대형 평수로 넓혀가려 하는데 양도세가 버티고 있어서 부담스러우니 그것을 없애 달라는 것이다.

 

1세대 1주택 양도세 규제장치 풀면 중대형 아파트 가격급등 우려

 

그런데 정부가 일시에 1세대 1주택 양도세 규제장치를 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여유자금이  있는 버블세븐 주민들이 일시에 너도나도 집을 팔고 중대형 주택 매수에 나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다시 버블세븐지역 중대형 아파트 가격 폭등이 재연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이 시장이 민감한 시기에는 정부가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더구나 1세대 1주택 양도세는 참여정부 이전부터 있어 오던 정책인데 거품이 크게 부풀어 오른 현시기에 이것을 완화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양도세 완화는 ‘중대형 옮겨타기=중대형 가격 상승’만 가져올 뿐 매물 확대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텐트에 살려고 집을 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들도 1주택 팔고 1주택 사게 되므로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양도세 완화는 매물 확대에도, 가격안정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컨대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양도세 완화는 강남 중대형 아파트 가격을 또 한번 들썩이게 할 수는 있어도 가격하락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유능한 정책전문가는 냉철해야 한다. 서민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금은 어떤 식이든지 부동산 규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

 

보수언론들은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서 2000년대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하는데 그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2005년에 조사한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분석해 보면 서울시 아파트 평균 평형은 92.4 평방미터(28평)정도로 나온다. 노태우 정부 때 200만호 건설하면서 대부분 다 중소형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민들이 평균적으로 선호하는 아파트 평수는 99~115.5 평방미터(30~35평)이다. 그러다 보니 2000년대 들어 평형별 수급불균형이 생겨 중대형의 미래가치가 엄청나게 커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대형 품귀현상은 바로 강남 재건축에 대한 투기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급기야 강남의 아파트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참여정부가 집권초기 ‘분양가 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실시 공약을 뒤집으며 스스로 무덤을 파다가 나중에 숱한 우여곡절 끝에 여러 가지 투기억제장치를 뒤늦게 마련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남에도 2001년 이후 재개된 재건축 건설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되어 최근에는 상당히 많은 중대형 아파트를 강남에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중대형 아파트 충분히 깔리면 규제완화 가능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간"이다. 2007년에 들어서서 분양가 상한제 실시와 각종 대출규제조치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국민들로 하여금 ‘아파트불패신화’가 영원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강남에 어느 정도 중대형 아파트가 충분히 깔리면 그때 가서 6억 이상 아파트 소유자들이 중대형 아파트로 옮겨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강남에 중대형 아파트가 충분히 깔리는데 짧게는 3~4년, 길게는 5~6년이면 충분하리라 본다. 또 그 기간 동안에 ‘아파트 불패신화’는 충분히 냉각되리라 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통합 민주신당이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양도세 인하에 연연하는 것은 서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버블세븐 고가주택에 둥지를 틀고 있는 당직자들과 보수언론 기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조치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진정성? 도대체 그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일까. 사실 지금 서민경제의 가장 큰 핵심은 대형유통업체의 횡포에 죽어가는 납품 중소기업체와 중소상인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996년 대형마트 유통업 개방과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동일한 의식을 가지고 추진되는 한미FTA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바로 대통합민주신당이다.

 

많은 대다수 서민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을 버렸다. 그 이유가 단지 대중들이 이명박에 마취되었기 때문인가. 과연 서민지향적이라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진정성은 충만한가.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서민지향적인 부동산 규제정책을 흔드는가. 고급주택 양도세 감면하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가.

 

나는 솔직히 말해 대통합민주신당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가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과연 서민의 정당인가. 그리고 과연 대통합민주신당은 참여정부보다 더 개혁적인가. 그게 아니라면 참여정부보다 덜 개혁적이면서 진정성을 운위하는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22 11:1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동영 #양도세 감면 #1세대1주택 #버블세븐 #거래량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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