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화를위한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을 열어, 청와대 재직때인 2004년 1월 삼성이 보낸 돈다발을 되돌려준 과정 등에 관해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권우성
삼성 비자금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감찰본부를 만들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특별수사본부나 특별감찰본부가 과연 제대로 굴러 갈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을까? 아니다. 엉뚱하게 그 화살은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사제단을 향했다.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말이 '촉구'지 사실상 '압박'이다.
삼성에 대해서는 "한국 최고 기업, 글로벌 기업다운 대응 수준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검찰에 대한 '주문'은 빠졌다. 검찰에게 이번에야말로 똑바로 제대로 수사하라는 촉구라도 하는 것이 도리일 터인데, 그런 말은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자고 쓴 사설인지 좀체 알 수 없는 '헛갈리는 사설'이었다.
왜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사설을 썼을까? 원래부터 논리도, 앞뒤도 없는 논설위원이 써서 그랬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써야 돼서 쓰긴 했지만, 이것저것 피하려다 보니까 이 같은 '누더기 사설'이 됐던 것일까?
합리적 의심 수준 넘어선 <조선>의 청와대 비호 의혹그런 <조선일보>가 어제 사설에서는 날 선 칼을 마구 휘둘렀다.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왜 지금에 와서야 사실을 폭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부패 담당 비서관에게도 삼성 돈이 전달됐다면 다른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어떠했겠느냐"고 묻고 "사건이 청와대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예민한 후각'을 발동시켰다.
어쨌든 <조선일보>가 청와대 다른 비서관들에게 삼성의 금품 공세가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의심하는 것 까지는 뭐라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용철 변호사가 이를 그동안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청와대를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는 '합리적인 의심'의 수준을 넘어선다.
왜냐하면, 사건이 청와대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면 이용철 변호사가 이제 이를 폭로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용철 변호사의 생각이 그 때와 달라졌다고 보는 것인가? 이용철 변호사가 이를 폭로하면서 "하물며 청와대 법무비서관인 자신에게까지 서슴없이 돈봉투를 배달할 정도면 오죽했겠느냐"고 말한 것에 청와대 비호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어쨌든 그것도 좋다. 이런 의심을 가졌다면 <조선일보>는 적어도 어제(20일) 이용철 변호사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에 대해 밝힌 '심경'에 주목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 변호사의 심경이나 공개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