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정동영의 문국현 지지가 유일한 희망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하여

등록 2007.11.21 10:38수정 2007.11.21 10:43
0
원고료로 응원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하여


나는 90년대에 걸친 독일 유학생활 동안, 독일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현실세계에 구현해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적인 사회란 사람들이 어울려 살며 스스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동시에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기여하는 사회일 것이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기본조건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은 둘 다 제한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추구했던 공산주의의 몰락은 이기적인 인간들이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사회를 꾸려낼 역량이 없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는 약육강식의 동물세계에 다름 아니다.


사람 사는 사회


내가 보기에 독일은 자유와 평등의 두 이념을 잘 조화시키며 사회질서로 구현해내고 있었다. 독일 사회 시스템의 골자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본으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경쟁을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고무하는 하나의 축과, 경쟁에서 뒤처졌거나 아예 경쟁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또 다른 축이다.

 

독일 사회에서 의식주 해결에 결핍을 느끼는 절대적 빈곤은 없다. 독일 사회에서 통용되는 빈곤 개념은 상대적 빈곤으로, 중산층 평균 소득의 60%나 70%정도의 소득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독일국민은 누구나 기초생활을 보장받을 사회적 권리를 가지며, 국민 모두의 사회적 권리를 충족시킬 법적(!)인 의무는 국가에 있다. 모든 성년 시민은 1인 기초생활을 위해 필요한 금액인 매월 60만원 정도의 부족분을 관청에 신청할 법적(!) 권리가 있다.

 

미성년 시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양육지원비(Erziehungsgeld)와 아동수당(Kindergeld)을 지불한다. 양육지원비는 올해 1월부터 이전의 월 80만원 규모에서 월 200만원 규모로 인상되었다고 한다. 아이가 적어도 두 살까지 길면 네 살이 될 때까지 지원된다.


아동수당은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노동청에서 지불하는데, 이것은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노동이 사회적 노동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친 김에 금액을 적어보면, 2인 자녀의 경우 40만 원 정도가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 대학생이 되는 경우에는 27세가 될 때까지 매월 부모의 통장으로 입금된다.


그밖에도, 모든 국민은 질병, 실업, 은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방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서민들은 건강보험료를 보통 매월 50만 원 이상 납부하지만, 장기질병으로 인한 와병 기간 동안 자기 급여의 대부분을 건강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는다.

 

한국 사회만을 경험한 사람들은 약간만 사회보장 제도가 확대되어도 큰 일이 날 것처럼 설레발을 치곤 하지만,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독일의 경제력이 세계 2위다. 사람들이 자기 행복을 확보한 후에도 끝없이 욕심을 부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정반대, 이타적 삶을 대개 실천한다.

 

연금생활자들은 수돗물 한 방울, 전기 한 톨 아껴 푼돈을 모아 두었다가, 재해를 겪은 지역이나 나라에 목돈으로 쾌척하곤 하는데 기부금 리스트는 대개 엄청나다. 사회로부터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살아왔던 노인들이 사람다우며 의미 있는 일에 돈을 던지는 것이다. 이것은 국내에서는 독일 사회의 사회통합의 수준을 높여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며, 국제적으로는 독일의 위상 제고를 통해 어떻게든 독일사회의 발전으로 피드백된다.

 

내가 독일 사회 한 편에서 그들의 사회시스템과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며 가졌던 질투심과 부러움은, 귀국할 즈음에는 우리 사회도 이러한 사회로 변화시켜야겠다는 ‘무모한’ 바람으로 바뀌었다(그리고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칼럼을 써왔던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약속과 통합이 먼저라고 답할 것이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최소한만을 지급하며 노동자도 사용자에게 마지못해 최소한의 노동력만을 되돌려주는 우리나라에서 - 누가 먼저든 -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먼저 약속하고 상대방이 이 약속을 믿어줄 수 있다면, 이것은 틀림없이 국가와 공동체 전체의 발전과 동시에 약속에 참여한 모든 개인의 이익을 보장해 줄 것이라 나는 믿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사회를 향한 방향전환


우리가 역사의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거시적으로 본다면, 97년 이후의 십년간은 위에서 소개했던 독일 사회와 같은 발전된 사회시스템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었던 기간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선동성 구호를 믿는 분들은 틀림없이 국민의 정부의 실정과 참여정부의 실정을 들며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시절 문제되었던 크고 작은 비리의 규모는 이전 정권의 그것보다 적어도 한 단위 이상은 작아졌다. DJ의 세 아들 모두 합쳐 몇 십억 단위의 비리에 연루되었지만, YS의 아들 하나 김현철은 안기부장으로부터 직보를 받아 아버지께 전달하는 국정농단을 저질렀었다.


반 세기 우리 정치사의 최대 실정이 IMF 구제금융신청 사태임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IMF 직후 조선일보는 DJ가 임기 내 IMF 관리 졸업만 하더라도 대단한 치적일 것이라고 보도하였던 것을 나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무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DJ는 3년 만에 우리나라를 IMF 관리에서 탈출시켰다. 국민의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의 대단한 파이팅의 결과, 10년 전 수십억 달러에 불과했던 국고는 이제 2500억을 상회하게 되었다.

 

언론 정치세력 조선ㆍ중앙ㆍ동아만을 열독한 시민들은, 어쨌든 부동산이 폭등하고 양극화가 심해졌으니 국민의 정부든 참여정부든 실패한 것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난 5년간만이라도 냉정하게 찬찬히 되돌아보자.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결론은 이미 “실패”로 정해두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참여정부에 대해 들었던 것은 ‘욕설’과 폄하밖에 없었다. 조선ㆍ중앙ㆍ동아와 한나라당은 시종일관 실패를 만들어내기 위해 - 네 번이나 특검을 하면서까지 - 안간힘을 썼다. 마침내 걸려든 것이 부동산 폭등과 양극화 심화다.

 

부동산 폭등에 대해 참여정부는 관리미비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조 원의 유동자금이 나라의 경제를 볼모삼아 광풍처럼 몰려다니는 시기에 보다 단호한 정책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시행되는 정책마다 딴지를 걸며 수많은 뉴타운 개발과 부동산 세제를 완화시키려 노력했던 것은 조선ㆍ중앙ㆍ동아와 한나라당의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한 자치단체장들이었던 것도 함께 기억해야 공평할 것이다.

 

양극화 심화는 사안의 인과관계를 조금만 찬찬히 따져보면, IMF 관리체제와 수백만의 실업자와 수만의 기업부도를 초래한 한나라당이 만들어두었던 것이다. 그 후 참여정부 초기 뻔뻔스럽게도 저급한 각본의 ‘경제 찾기’ 연극을 했던 한나라당은 정작 수많은 민생법안을 ‘유배’시키며 양극화 심화에 결정적으로 공헌하였다. 홍준표 의원은 참여정부의 경제가 나빠져야 한나라당에게 좋다는 속내를 설토하지 않았던가?

 

참여정부는 만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주어진 현안들을 대부분 성실하게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 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칼을 보습으로 바꾸는 새 역사를 열었다. 비록 참여정부는 단숨에 무릉도원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물려받은 혼란을 상당히 정리하여 그럭저럭 새 시대의 터전을 닦아두었다. 아무리 못 주어도 B+는 받을 만하다.

 

2007 대선에서의 반동(反動)

 

이 기간 동안 조선ㆍ중앙ㆍ동아와 한나라당이 만들어 놓은 것은? 좋아져가는 경제에 찬물 뿌리고 민생법안 폐기시키기 외에도, 주민등록 위장전입과 자녀 위장취업의 위장(僞裝) 후보 옹립하기. 조선ㆍ중앙ㆍ동아의 이명박 후보 후원은 그러나 80년대 ‘구국의 영웅’ 전두환 찬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BBK와 이명박 후보가 무관하지 않느냐고? BBK는 딴 사람 회사가 아니라, 내 회사다. 이명박 후보가 6년 전 중앙월간지 인터뷰에서 한 말의 요지다.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투자의 귀재로 인정받던 30대 중반의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 왔을 때는 사기를 치기 위해서라기보다, 50대 투자자의 모종의 제안을 수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그 투자자가 10여 년 전부터 친누나 에리카 김의 후견인 노릇으로 가족의 신뢰를 얻은 인물이라면 더더욱.


이명박 후보는 대선레이스에서 탈락하거나 낙선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국제 변호사 에리카 김이 보낸 10kg이 넘는 서류가 - 이 후보의 주장처럼 - 모두 위조되었다고 보기는 난망하다. 그렇지만 그는 후보자격으로 얻어낸 것도 있다. AIG 국부유출 혐의와 DMC 불법분양 특혜 등의 기타 비리에 대해 슬그머니 넘어가게 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조선ㆍ중앙ㆍ동아와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의 검증을 대선 직전으로 자초함으로써, 대선 정책토론의 의제를 실종시킨 대국민 ‘범죄’를 저질렀음을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자신들을 장기판의 졸로 본 조선ㆍ중앙ㆍ동아와 한나라당에 대해 격노할 가능성 또한 작지 않다.


문제는 민주당과의 통합에만 열을 올리는 대통합민주신당이다. 입으로는 ‘불효자식’인 대통합민주신당을 ‘어버이’인 국민께서 한번만 용서해 주십사 빌면서도 전보다 더욱 타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참여정부 승계나 대권보다 전북의 맹주로서 제2의 이인제가 되려한다는 것은 나만의 추측일까?

 

정동영의 문국현 지지가 유일한 희망

 

나는 이 시점에 우리 사회가 독일처럼 변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 판단한다. 현재의 대선구도에서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꾸는 유일한 후보이며, 인지도 대비 지지도가 가장 높은 후보이다.


그의 말이 주는 인상을 문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때가 덜 묻었으며 마치 반듯한 초등학생처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지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지금으로서는 독자 당선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정동영과 대통합민주신당이 문국현을 지지해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개혁세력이 승리할 유일한 가능성인 것으로 보인다. 문국현의 정동영 지지는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후보는 국민들의 신뢰를 이미 너무 많이 잃어, 문국현의 지지는 끌어내더라도 문국현 지지자들을 흡수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5년 동안 중단해야 하는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데일리서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21 10:38ⓒ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데일리서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경준 #문국현 #17대 대선 #이명박 #정동영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