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월겸', '옥겸'씨가 차도선 의병장의 뒤바뀐 출생지를 가리키고 있다.
조호진
차 의병장의 종손자를 자처하는 두 번째 인물이 월겸씨 앞에 나타났다. 두 번째 종손자 역시 첫 번째 가짜 종손자처럼 종친회 간부였다.
월겸씨는 광복 55주년을 맞아 진행된 해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의 일환으로 2000년 8월 11일 조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날 공항으로 마중 나온 차재명(54 원주시연안차씨종친회 총무)씨는 숙소인 호텔까지 쫓아와 '보훈처에 가서 종손자임을 증거서 달라'고 계속 졸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겸씨가 광복절 행사를 마친 뒤 종적을 감추면서 연락이 두절, 차씨의 시도는 일단 중단됐다.
차재명씨는 2006년 12월 종친회장 차화준과 연명으로 대전현충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차상옥은 가짜 유족이며 자신이 진짜 유족이라는 주장과 함께 차 의병장의 ▲생년월일(1863. 1. 29일을 1878. 10. 12일로 정정) ▲출생지(충남 청양군을 함남 정평군으로 정정)를 바꿔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함남 정평은 차씨 집안의 본적지로 밝혀졌다.
차재명씨는 민원 제기에 그치지 않고 종손자 보증을 서달라고 압박을 가했으며 종친회 관계자까지 가세했다고 월겸씨는 밝혔다. 월겸씨는 지난 1월 대전현충원에 보낸 편지에서 "차재명은 차도선과 관계없는 분"이라며 "(차재명 요구대로) 비석을 고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월겸씨는 "차씨의 종손자 보증문제로 차씨는 물론 종친회 간부에게까지 너무 많이 시달렸다"면서 "한국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계속 거부하면 해칠까봐 두려워 '본적지 변경을 해 준다'는 공증을 서주었다"고 말했다.
차재명씨는 뿐만 아니라 집안의 3대를 의병장의 직계 가족으로의 변경을 시도했다. 차재명씨가 작성해 월겸씨에게 건넨 '묘비 변경 요구서'에 따르면 자신의 할아버지 두 명을 차 의병장의 형제로, 아버지 형제 네 명을 손자로, 자신을 비롯한 네 명의 형제를 종손으로 등재하려고 준비했던 것이다.
국립현충원은 차재명씨의 부친이 의병장의 손자인지 확인되지 않는 점과 월겸씨의 반대의견을 이유로 지난 2월 5일 묘비 정정 불가 통보를 했다.
종친회 차상규 총무는 "차상옥은 조작된 가짜 유족이지만 재명씨는 호적등본과 재산등기대장으로 볼 때 차도선의 자손이 맞다"고 주장했다. 종손임을 주장하고 있는 차재명씨는 "돈에는 관심이 없다, 뿌리 찾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