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마을은 경사가 가파르다. 골목 계단 아래서 위를 보면 아찔하다.
조정래
'무허가 집이 이렇게 서울 중심가 가까운 곳에 남아 있다니….' 홍제 지하철역은 시내 중심가인 종로3가역까지 다섯 구간에 불과했다.
개미마을 옆 동네에 방을 정한 뒤, 개미마을을 숱하게 지나쳤다. 약수 뜨러 가고, 배드민턴 치러 가고, 자전거 타러 가고, 등산하러 올라갔다. 민들레 캐러 올라간 적도 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불량가족>을 이 곳에서 촬영할 때 여주인공인 남상미를 보러 한밤중에 올라간 적도 있다.
그렇게 다니면서 난 개미마을을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다.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올린 집, 잔뜩 녹슨 상태로 거꾸로 매달린 자전거, 올라가서 몇 번 구르면 푹 꺼질 것 같은 기와지붕, 좁고 가파른 골목, 하늘 가까이 있는 배드민턴장을 떠올리며 내가 본 것이 전부일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 전 사진기를 둘러메고 이곳저곳 속속들이 다니기 전까진 말이었다.
개미마을은 그렇게 보고도 모자란 곳이었다.
하늘 밑 마을,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올라야 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