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골목길을 걷노라면 걸상을 틈틈이 만납니다.
최종규
바로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조금 더 걷기로 합니다. 중앙시장을 빠져나와 길을 건너 금곡동으로 갑니다. 아침에도 조용하고 낮에도 조용하며 저녁과 밤에도 조용한 동네인 금곡동. 지난날, 인천 배다리가 넘실넘실 북적대던 그때 밤에 이 동네는 어떠했을까요. 그때도 조용했을까요? 그때도 사람이 이렇게 뜸했을까요?
서울 용산역에서 인천 동인천역까지 급행전철을 놓는다면서 적잖은 골목집이 뜯겨 사라졌습니다. 이런 탓도 있지만, 시에서는, 또 나라에서는 이 옛 도심지가 ‘낡았다’고, ‘오래되었다’고, 이제는 ‘가난한 사람만 남았다’고 해서 ‘깨끗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돈(세금) 많이 거두어들일 수 있도록 ‘아파트와 쇼핑센터’를 높직높직 올려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인천 종합건설본부장은 당신이 나라 밖으로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주민들한테 들려줍니다. ‘홍콩이… 싱가포르가… 네덜란드가…’
글쎄요, 한국은 한국이 아닐는지. 한국에서도 인천은 인천이 아닐는지. 인천에서도 금곡동은 금곡동이 아닐는지. 송림동은 옛 마을 이름 그대로 ‘소나무로 우거진 마을’, ‘솔숲’입니다. 송림동 옆 송현동은 옛 마을 이름 그대로 ‘소나무로 언덕을 이룬 마을’, ‘솔고개’입니다. 그 옆 율목동은 옛 마을 이름 그대로 ‘밤나무로 숲을 이룬 마을’, ‘밤골’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옛 백성들 마을에 나무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소나무 없는 송림동과 송현동이고, 밤나무 없는 율목동입니다. 길이름을 ‘솔고개-솔숲-솔빛-밤골’ 따위로 바꾼다고 해 보아야, 솔빛과 밤냄새를 느낄 수 없는 껍데기 이름으로 무엇을 삼을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