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의 포스터포스터 속의 이 화면이 우리의 현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창엔터테인먼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공개한 '뇌물 수수 의혹 검사'의 일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대검 중앙수사부장, 국가청렴위원장, 수사기관의 핵심을 이루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이 있죠. <무간도>라고. 범죄조직에 침투한 스파이 경찰과 경찰로 위장한 범죄조직 스파이가 서로를 의식하며 치밀한 대결을 펼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특히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거의 끝무렵의 장면일 것입니다. '유건명(류더화)'이 경찰에 침투한 범죄조직의 스파이임을 눈치챈 '진영인(량차오웨이)'이 그동안 비밀접선장소로 활용했던 고층건물 옥상에서 '유건명'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장면, 그리고 경찰이 엘리베이터에서 오히려 '진영인'을 살해하고 '유건명'을 구출하는 장면일 것입니다. '경찰'은 '진영인'을 죽인 뒤에 '유건명'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겁낼 것 없어요. 우리는 '형제'니까. 녹음 테이프는 없애버렸어요. 걱정마세요. 제가 도와드릴께요"누리꾼들이 '검찰'을 불신하면서 정치권이 '특검'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대사일 수도 있습니다. 저로서는, 불의의 총알이 머리에 박힌 채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만을 남긴 '진영인'의 표정이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서, 다리가 걸터 있기에 제대로 닫히지 않는 엘리베이터 문의 차가운 마찰음, 실로 많은 것이 담긴 장면이었습니다.
<무간도> 3편 '종극무간'에 이르러서는, 한직으로 쫓겨난 '유건명'이 경찰 최고의 엘리트인 보안부 반장 '양금영(여명)'에게 흥미를 느끼면서 수상함을 느끼고 비밀리에 그를 뒷조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양금영'의 정체도 자신과 똑같은 '스파이'였다는 것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거죠.
이 상황을 보면서 "같은 덫에 걸린 이상 우리는 더이상 적이 아니다!"라는 <무간도> 1편의 메인카피가 유난히 떠올랐습니다. '뇌물 수수 의혹 검사'나 "검찰이 받은 돈에 0 하나는 더 붙여야 된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던 '국세청',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저 메인카피처럼 상황에 잘 맞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반복해봅니다.
"같은 덫에 걸린 우리는 더이상 적이 아니다!"'그들'이 <무간도>의 '진영인'이 되지 않으려면…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간 것은 아주 절묘한 선택이었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도 참여연대·민변 등과 호흡을 맞추며 기막힌 폭로 시기 선택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그럴수록 법과 원칙, 양심을 찾아 움직이는 이들의 힘이 더욱 중요한 듯합니다. 제각각 절대권력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으로 인해 괴로워했고, 어렵게 행동에 나섰던 <20세기 소년>의 '켄지'와 <무간도>의 '진영인', <무간도>의 '진영인'처럼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누구보다 엄정한 눈으로 사태를 주시하며 판단해줄 국민의 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같은 덫에 걸렸기에 더이상 적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는 그들, 그들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양심의 힘을 잊지 않는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간도>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 문구를 인용해봅니다. 신뢰를 잃은 공직 사회를 향한 '국민'의 경고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불경에 이르길, 무간지옥에 들어간 자는 영원히 죽지 않으며 무간지옥에서 극한의 고통을 받게 된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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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사태', 영화 <무간도>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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