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소나무 향기, 까마귀 노는 천왕산

이름도 모르고 갔던 천왕산

등록 2007.11.14 15:22수정 2007.11.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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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순

"까악 까악~~~ " "어머나 이거 까마귀가 우는 소리 아니야?"
"그러게 까마귀 우는 소리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이 산이 그만큼 공기가 좋다는 얘기 잖아. 그런데 이 산 이름이 뭐야?"
"나도 몰라 그냥 뒷산이라고 해"


며칠 전 부천으로 이사간 친구집에 놀러갔었다. 점심을 먹은 후 그가 느닷없이  뒷산을 가자고 한다. "이차림으로 어떻게 산을 가?" 했지만 그는 낮아서 실컷 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그를 쫓아 산을 올랐다. 뒤에서 보니 옷차림이 정말 우스웠다. 그래도 낮다니깐. 산 이름도 모르고 올라간 산. 산을 올라갈수록 산 이름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곳으로 등산 온 몇몇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그들도 한결같이 모른다고 했다. 등산을 할 때는 대부분은 산 이름을 알고 가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낮은 산이라고는 했지만 산은 산이었다. 헉헉 숨이 몰아 쉬어졌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태극기가 꽂혀있는 쉼터가 나왔다. 그산은 태극기가 꽂혀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그곳에서 우린 2002년 월드컵대회 때를 추억하면서 모두 "대한민국 짜짜짝짝~~  대한민국~~~"을 모두 외쳤다. 잠시 쉬니 어느새 피로도 물러간 듯 했다.

다시 출발. 조금 가다 한 친구가 돌탑에 돌을 하나 올려놓는다. 나도 이번에 수능을 보는 조카를 생각하면 돌을 하나 올려놓았다. 높지도 않은 그산에는 돌탑도 여러 군데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동네풍경도 정겹고 평화스럽다. 친구들은 목이 마르다면서 물마실 곳을 찾았지만 샘물은 보이지 않았다.

목이 마르다는 친구들도 훌라후프가 있는 곳을 보더니 그곳으로 올라간다. 한번씩 그 무거운 훌라후프를 돌려본다. "누가 더 잘 돌리나?" 깔깔 거리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보기도 했다. 또 다시 출발. 이젠 내려가는 길이다. 물마실 곳을 물어보니 내려가는 길에 있단다. 정말 조금 내려가니 집이 한 채 보였다.


그곳은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었다. 주방으로 가서 물 좀 달라고 하니 싫어 하는 내색도 없이  하지 않고 선뜻  물을 준다. 여러 명이 갔으니 물 한 통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다시 물 한통을 더 청했다. 두말도 없이 시원한 물을 가득 담아 준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여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맥주 2병을 시키고 안주로 고구마, 감자튀김이 나왔다. 운전을 해야하는 친구들은 맥주에 입만 추기고 말았다. "뭐야 입만 버렸잖아~~~" 감질나는가 보다.그럴 것 같아서 난 아예 입을 대지 않았다. 10분 정도 걸었다. 맥주를 마신 친구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마치 그 산에서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처럼. 거의 다 내려올 때까지 산 이름을 알지 못했다 . 맥주를 마신 그집도 모른다고 했다.


내려오는 길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본 중년의 남자가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가 보지요?" 하며 묻는다. 난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산 이름이 뭐에요?" "이 산은 저쪽에서 시작되는 천왕산 줄기예요"하며 가르쳐 준다. 난 친구들에게도 그 산이름을 알려주었다. "이 산이 천왕산이란다" 친구들도 "어머 그래. 천왕산!"하며 되뇌어 본다. 산이름을 알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천왕산에서는 소나무향기가 더욱 진하게 풍겨 오는 듯했다.
#병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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