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현명한 선택, 서민들의 어리석은 선택

무엇이 자신의 이익인지 구분할줄 아는 현명한 서민들이 많아지길

등록 2007.11.13 15:11수정 2007.11.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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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우경화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생의 40%이상이 자신을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서민들의 대부분이 성장론자와 시장만능주의를 선호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대한민국이 온통 오른 쪽 끝으로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1. 부자들의 현명한 선택

 

부자들에게 선성장론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습니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가장 많이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만큼 유리한 것이 없습니다. 이미 많은 힘을 가지고 경쟁에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맡기면 힘을 가진 부자들은 얻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부를 가지고 있고, 학력수준이 높으며, 시장에서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정보까지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뭐든 얻을 수 있습니다. 얻은 것을 맘껏 누리는 것은 물론이고, 후손에게 그 것을 물려주기가 용이해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는 달리 명문대생들이 보수화된 것은 정상적인 것입니다. 자신들의 부모가 속해있는 기득권층, 자신들의 물려받을 기득권층에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정상입니다. 양심의 경계선이 어디인지가 종종 의문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은 그 자체로 매우 솔직한 것입니다.

 

사실 과거 엄혹한 독재의 시절에는 양심있는 지식인층이 보수세력을 반대하였습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기득권층에 속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차마 양심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서 서민들의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였던 것입니다. 기득권층에 편입되기가 용이한 소위 명문대 학생들과 명문대 출신들이 독재에 항거하며 진보적 입장에 섰던 것은 양심의 문제였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잔혹무도한 정치권력은 사라졌습니다. 그러한 폭압정치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미 가진 기득권이나 앞으로 가지게될 기득권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제 민주공화국의 모습으로 돌아온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서민대중을 편들어줄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부자들은 갈수록 자신의 이익에 밝아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세력을 골라서 선택합니다. 스스로 선택할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활용하여 서민들에게도 동참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에 거리낌이 없어진 것입니다.

 

2. 서민들의 어리석은 선택

 

서민들의 삶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더더욱 피폐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농민과 도시빈민, 저학력층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열악한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확실히 서민들에게 가혹한 사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자신들의 이익을 누가 침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누가 자신들의 이익에 종사할 것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마치 성장률을 높이고 시장에 자율을 부여하면 저절로 일자리도 생기고 삶이 개선될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왜 자신들의 삶이 고단하며, 어떻게 해야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반상의 구분이 엄격하던 시절에는 그 말이 맞았습니다. 힘있는 양반들과 부자들이 곳간에 많은 곡식이 쌓이면 인심을 쓰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때로는 나라가 구제하지 못하는 수 많은 인명을 아사의 위기에서 구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자신의 곡간에서 식량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톨이라도 더 많이 쌓아두고 그것으로 더 많은 재산과 권력을 사려고 합니다. 합리성이 높아져서 그나마 낱알조차 흘리지 않습니다. 서민들이 주어먹을 부스러기도 찾기 어렵습니다. 성장으로 부자들의 곡간이 빼곡해지면 그것을 보면서 더욱 배고품을 느낄 뿐입니다. 부자들이 똑똑해진 탓일까요?

 

서민들은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기득권층이 짖어대는 소리에 경도되어 날마다 경제성장과 시장자율을 되뇌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치적으로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인기가 없어서 고사되어 갑니다. 약육강식의 무한경쟁과 시장의 잔인한 칼바람에 아무런 대비도 없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부자들을 위한 논리와 그러한 정책적 방향성에 공감하고 동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깎자는 정치세력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깎으면 서민들을 보호해줄 알량한 복지예산이 먼저 사라지고 맙니다. 경제성장이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은 일시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렸다가 곧 대량실업을 유발하게 됩니다.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마약성분의 진통제와 같습니다. 진통제를 계속 투여하면 서서히 안락사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마약성분이 사라지면 더욱 극심한 고통이 찾아옵니다. 금단현상까지 겹치면 죽음과 같은 고통이 될 것입니다.

 

결국 성장위주의 경제와 무조건 시장자율 확대를 외치고, 감세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논리일 뿐입니다. 서민들은 잠시의 마약효과로 일시적 행복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죽음에 이르는 고통이 뒤 따를 일입니다. 그러한 정책을 추구하는 세력을 지지하는 서민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습니다.

 

3. 정확히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지지해야한다

 

이제 막연한 레토릭에 현혹되어 정치적 선택을 해서는 안됩니다. 부자들의 기득권 수호세력 지지는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스스로의 이익을 기준으로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에 양심을 운운하며 비난을 퍼부을 일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굳이 진보적인 정치세력을 선택해주는 사람들은 고마운 일이지만 권장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서민들의 안목입니다. 스스로 자신들에게 가장 해로운 정치세력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막연히 기득권층이 유리한 쪽을 선택하면 함께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이해관계가 엇갈리지 않는 일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정책이 기득권층에 유리하면 반드시 서민들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정확히 반영하여 투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거론하며 좌파정권의 실패라고 합니다. 그 것은 거짓말이며 서민들이 속고 있는 것입니다.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더더욱 확대하려는 욕심으로 꾸민 거짓에 속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정권의 실패가 있다면 경제성장을 못한 실패가 아닙니다. 세금을 깎아주지 못한 실패가 아닙니다. 이 정권의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보호하지 못한 실패일 뿐입니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좀 줄여서라도 서민들의 삶을 보호했어야 하는데 그 것을 못한 것입니다.

 

보수정권의 실패를 수구세력의 집권으로 회복할 수 없습니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 거덜이 날 것입니다. 현정권의 실정에 실망했다면 당연히 보수정권에 실망한 것입니다.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것이 심판입니다. 보수정권의 실패를 수구세력 지지로 심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서민들도 현명해져야 합니다. 이제 서민들이 똑똑해질 차례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7.11.13 15:1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정책대결 #서민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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