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연
나경원 대변인은 이회창씨의 출마에 대해,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편이었다. “우리 정치가 은퇴한 원로에 대한 제대로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서 “말로는 원로를 존경한다 하면서도 그분들이 영향력을 미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회창 후보와 서빙고동의 같은 아파트단지에서 살고, 같은 성당에 다니는 그는 출마 선언 전날 이회창 후보와 통화를 했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 이회창에 대해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굉장히 노력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회한이 많은 분이라 오판을 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것은 비판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이었다. 2시간 가량의 대화에서 그가 가장 어려워하며 한참을 답하지 못한 질문은 ‘이명박과 이회창, 두 사람의 스타일을 비교해달라’는 것이었다.
나경원 대변인은 언제 정치인 나경원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들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천천히, 알차게, 자연스럽게”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인 그는 다음 18대 총선에서는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출마할 예정이라고 했다.
“언제나 가정주부로 돌아갈 수 있는 게 나의 무기”라고 말한 그는 ‘나경원식 정치’를 본격적으로 펼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보와 보수, 가진 자와 없는 자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을 치유하는데 주력하고 싶다”고 했다.
"정치는 나에게 아직 안 어울려... 즐긴다고 말 못해"- 판사로서 7년을 일하다 정치판으로 왔는데, 정치는 뭐가 다르던가요? “법과 원칙이 안지켜지는 거죠(웃음).”
그는 한마디로 그렇게 정리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뼈가 있었다.
“이쪽에 와서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정치는 나에게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치라는 게 보통의 논리와 조금 다른 것이 있는 것 같아요.”
한나라당에서 대변인 역할을 함께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정치의 매력을 “짜릿짜릿한 승부를 매일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 대변인은 “정치는 나에게 안 어울린다”고 했지만 그래도 계속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그래도 정치를 즐기고 있나요?
“즐기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건 있죠. 대변인으로서 내가 한 말 한마디에 정치구도가 바뀌고 나라의 큰 틀이 바뀔 수 있다는, 그러니까 제가 정치를 하게 된 계기가 우리 사회를 큰 틀에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즐기고 있나 생각해보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일반인이 나를 알아보고 그러는 것이 쑥스럽거든요.”
- 2002년 이회창 총재의 여성특보로 정치입문 했는데, 그때 이 총재가 직접 제안했나요?
“측근이 먼저 제안했고, 그 후에 이회창 총재도 만났어요. 판사와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평소 존경했던 분이니까 저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줬지요.”
- 이번에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선언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이회창 전 총재에 의해 정치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현재는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데.
“저는 그분… 저는 솔직히 인터뷰하면 그분을 그분이라고밖에 말하지 못하겠어요. 그…좀…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그런 일을 하셨지만, 또 인간적으로 왜 그런 선택을 하셨을까 하는, 그런 것이 대충 짐작되는 부분이 있어요.”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씨에 대해 “제2의 이인제”라면서 “이회창에게 철퇴를”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나경원 대변인은 그의 선택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경원이 분석한 이회창 출마 이유 "회한이 너무 많아 오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짐작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부분인가요.
“그분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법과 원칙 이야기를 하셨는데 아마도 정치를 하시면서 법과 원칙이 잘 안 지켜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신 거죠. 그리고 법과 원칙을 본인이 그렇게 열심히 지켰지만 결국 되돌아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남겨진 자리는 무능한, 실패한 정치인이라는 거잖아요.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거죠.”
- 두 번의 대선 패배로 실패한 정치인으로 딱 낙인이 찍혔는데 본인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거죠?“그렇죠. 그분은 지난 대선 패배 후 정치를 그만두신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우리 현실이 정치를 그만 둔 원로에 대해서는 정말 그 이후에는 어떤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 어떠한 정치 집단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말로는 원로를 존경한다, 존경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분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왜냐하면 법과 원칙이… 아니 제가 너무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