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보츠와나 배낭여행 코스(파란색. 동남부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
보츠와나 관광청
칼라하리 사막의 황사 현상강렬한 햇살을 맞으며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칼라하리 사막의 강한 바람에 실려 온 거친 모래가 내 얼굴을 냅다 때리고 간다. 뿌연 모래 안개가 하늘을 뒤덮는다. 몽골 고비사막의 황사가 아프리카까지 날아왔나 보다.
오래 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다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에서 몽골횡단열차로 갈아타고 오는데, 정말 제대로 된 황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잘 달리던 기차가 고비 사막에서 갑자기 서행을 하는데, 뿌연 안개가 기차를 덮치더니 모래알이 객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기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철길에 쌓인 모래로 인해 탈선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몽골의 고비사막 황사가 기차를 멈췄다면, 보츠와나의 칼라하리 사막에서 불어오는 사막은 내 얼굴에 모래 구멍의 상처를 내고 지나간다.
나타는 보츠와나 전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칼라하리 사막의 동쪽 초입이다. 북부의 오카방고 델타와 초베강, 남동쪽의 남아공과 국경을 이루는 림포포강과 마리코강을 제외하고는 일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이 없을 정도로, 보츠와나는 전 국토가 사막 또는 반사막의 건조지대이다. 나타에 도착하면 사막의 입구에 도착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수도인 가보로네와 제2의 도시인 프란시스타운 등 보츠와나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바로 칼라하리 사막을 피해 동남부를 따라 형성되어 있다.
20여분을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고, 칼라하리 사막의 따가운 햇살은 정말 맨 얼굴을 데워버릴 정도로 날카롭게 피부로 파고든다. 여기에 매서운 황사바람까지 겹치니 눈을 뜰 수 없다. 햇볕가리개 하나 없는 아프리카 도로에서 무작정 차량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배낭을 메고 혼자 서 있자 20대의 현지 젊은이가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내가 "오카방고 델타를 보러 마운으로 간다"고 하자 젊은이는 "마운 가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걱정하던 참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가까운 그웨타 지역을 간다고 한다. 외국 여행객이 아닌 한, 북쪽의 관광도시인 마운까지 현지인들이 굳이 갈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히치하이킹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뒤 새로 나온 차량인 듯 깨끗한 픽업트럭 한 대가 지나가자 20대 젊은이가 손을 들어 세운다. 젊은이가 쫓아가서 운전사와 얘기하다 웬일인지 빨리 오라고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젊은이는 "마운가는 차량이니까 타고 가라"고 한다.
외국여행객이 히치하이킹을 하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자 지나가던 차량을 대신 잡아준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이름을 알 수 없는 현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여행을 떠날 때는 혼자이지만,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현지인들의 이런 도움이 있기 때문이다.
차량은 국립공원 소속 차량이었다. 앞좌석에는 30대 초반의 운전사와 다른 직원이 한 명 있어 나는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마운에 교육을 받으러 가는 참이라고 했다. 픽업트럭에 올라타니 히치하이킹의 고생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보츠와나의 젊은이가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더 고생했어야 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