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둘러싸인 은티마을 풍경
이승철
“여기 입산금지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잖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올라갑니까?”
우리들이 안내문을 가리키자 그들이 웃는다. 뭘 그런 걸 신경 쓰느냐는 것이었다. 지금 산마다 대부분 입산금지인데 그렇다고 안 올라가는 산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먼저 올라갑니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이 멈칫거리자 그들은 우리들을 지나쳐 휭 올라간다. 그러나 우리 일행들은 여전히 망설인다. 일행들은 법이라면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평생을 생각하며 살아온 순박한 사람들이다. 교통범칙금 외에는 다른 과태료 한 번 낸 적 없는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했다.
“아참, 내가 전화번호 하나 적어온 게 있어. 혹시나 싶어서.”
평소에도 매사에 꼼꼼한 일행 한 사람이 전화번호를 내민다. 인터넷 등산 안내문에 올라 있던 전화번호라고 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네, 여기 00시(군)청 관광과 000입니다.”
군(시)청이었다. 다행이다 싶어 등산허락을 받기 위해 전화했다고 말하자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며 산림과로 돌려주겠다고 한다. 옛날에 비하면 요즘 공무원들 정말 많이 친절해졌다.
“네. 산림과 000입니다.”
잠시 후 드디어 산림과로 연결이 되었다. 내가 신분을 밝히고 등산을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 덧붙여 우리들은 담배피우는 사람도 없고, 질서를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들임과 함께 산림애호가들로서 등산로의 쓰레기를 줍고, 산행질서와 산불방지에도 앞장서는 사람들임을 설명했다.
입산금지를 무시하는 등산객들그러자 담당 직원은 몹시 난처하다는 듯 쩝하고 입맛을 다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입산은 좋은데 문제는 희양산이 불교재단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당국에서 승인을 해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봉암사의 스님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그들이 알게 되면 큰일 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화를 하면서 조금 걷노라니 길가의 정자 옆에 봉암사에서 만들어 걸어놓은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승려들의 수양정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봉암사와 희양산 정상을 피하여 시루봉이나 다른 곳으로 등산하라는 말과 함께 즐거운 등산을 하라는 친절한 문구까지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담당 직원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희양산 정상에 오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다음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저 녀석은 어디까지 따라올 셈이지?”
강아지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들이 멈칫거리며 서 있자 녀석도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가 우리들이 모두 일어서자 녀석이 재빨리 우리들의 앞장을 서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