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참 도시락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밥도 국도 차가웠다. 이 도시락을 나 혼자서 현장에서 꾸역꾸역 먹었다.정해진 시간은 30분이다.
변창기
나는 세상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저 나의 생존이 먼저기에
그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게 먼저기에
오늘도 일요일 밤 특근을 한다.
오후 5시 특근 때는 오후 9시에 야참 시간 30분이 주어진다.
30분 후 일을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바쁘게 서둘러야 한다.
우선 도시락을 가지러 사무실까지 갔다 와야 한다.
도시락 가지고 다시 일터로 오는데,
또 현장에 와서 도시락 먹을 준비하는데 이미 10여분이 지나갔다.
20여 분만에 밥을 먹어야 한다.
야참 도시락은 삼천 원짜리다.
오후 5시에 출근하여 9시까지 일했다고 주는 간이용 도시락이다.
밥이 차가워 많이 굳어져 있어 씹기가 어렵다.
반찬도 딱딱해진 게 있다.
그래도 먹어 둬야지 생각한다.
안 그러면 다음날 새벽 한 시까지 배고프다.
하얀 종이통 속에 든 흰 밥을 한술 뜨면서 가족을 떠올린다.
내가 이렇게 나와 벌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을 당할 식구들을 생각한다.
새벽 1시엔 식당 가서 밥 먹는다.
휴일엔 식당까지 15분 정도 멀리 걸어가야만 한다.
왔다 갔다 하는데 30분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식당에서도 밥을 빨리 먹어야 한다.
안 그러면 작업시간 지난다.